달이 머무는 집

어느 가을밤, 달빛이 머문 집은 언제나 마음의 풍경이었다.

by 김하종

달은 오늘도,
낮은 지붕 위에 걸린다.


지평선엔 노란 빛이 묻고,

공기는 익은 곡식 냄새로 부드럽다.


빛이 바랜 벽지를 어루만지면
묵혀둔 말들이,
조용히 들썩인다.


식탁 모서리엔
여전히 그림자가 앉아 있다.


송편 몇 점,

손 닿지 않은 채 식어간다.


따스함은 젓가락 끝에서 식고,
웃음기는 빛이 닿기 전에
사라진다.


언젠가 이 집의 공기가
바람을 달래고,
서로의 숨결로
닫힌 문이 열리길 바라며.



달빛이 머물 자리를
비워둔다.



화목이 꾸며진 풍경이 아니라,
다시 피어나는 온기이길.


서로의 말이 닿는 자리마다
새 살이 돋는 듯,
부드럽게 이어지길.


오늘의 달은,

한가위 밤처럼 둥글다.


그 둥근 빛을 닮은 집 하나,
나는 여직,
마음속에서 짓고 있다.



[작가의 말]

한가위의 달은 참 묘해요.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괜히 마음을 건네게 하죠.


그런 밤의 온기에서 시작됐어요.
가득 차서 넘치는 풍요보다,
조용히 식어가는 식탁 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따뜻함을 그리고 싶었어요.


송편 몇 점, 식어가는 그릇, 문고리의 미지근함.

이 정도면 되었어요.

돌아오지 않아도,

달빛이 잠깐 머무는 동안은

덜 서운하니까요.


그렇게 비워둔 자리에 다시 숨결이 돌아오길,
달빛처럼 부드럽고 느리게 서로의 마음이 닿길 바라며.


“달은 기다림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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