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아이스크림 가게 불이
조금 일찍 꺼지고,
손바닥에 남은 단맛도
어느새 말라간다.
걷다 보면 너와 내가 숨겨 둔 말들만
신발끈 사이로 새어 나와
발목을 붙잡는다.
말 없이도 알던 마음이었는데
늦여름은 왜 늘 말을 서두르게 할까.
여름의 끝에서 나는 안부를 묻는다.
아직 햇볕은 따뜻하냐고.
먼저 대답하는 건 바람 뿐,
우린 괜찮다고, 여기 서 있다고.
정류장 유리 위에 남은 손바닥 온기,
버스 노선처럼 우리의 말도
몇 번을 돌아 꼬여 간다.
편의점 얼음컵에 맥주를 부어 마시면
작은 파도 같은 한숨이 밀려온다.
먼저 말을 건넬까 망설이다가
바람 사이로 흘린 안부만
하나둘 늘어간다.
여름의 끝에서
짧은 인사를 보낸다.
괜찮았다면, 다음 계절에도 웃자고.
발끝에 머문 햇살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린 늦었대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사소한 계절의 틈마다 우리가 있었다.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안녕이라 말하던 날들.
엽서 한 장 같은 그 오후의 빛 아래
돌려보낸 말들 사이
아직 따뜻함이 남아 있다.
다시 묻는다,
여름의 끝에서
햇볕은 아직 따수운지.
바람이 먼저 스치며 말한다
우린 괜찮다고, 다시 시작한다고.
너에게 쓴다.
짧은 안부 한 줄,
긴 숨 한 마디.
밤은 길어지고,
우리는 천천히
같은 하늘 아래, 다음 계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