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2019.12.13)

낭만을 모른다는 너에게

by 김하종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의 모든 종류의

우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축축한 우울은 때론 거대한 재난이

되어 인간의 온 삶을 잠식한다.


그런데도 왜 그토록 겨울의 시작을

당신과 함께 보고싶어 했을까.


늦은 밤 길을 걷다 가로등 불빛 아래

소복히 쌓인 우울을 딛고 서본다.


우울의 풀숲을 환하게 비추는 달빛의

그것만치 아름다운 너의 웃음을 본다.


아아! 낭만이구나.


더이상 우울의 동굴 그 깊숙이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침잠하여 기어이

첫눈처럼 돌아올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