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질 문장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누군가 그려 준 직선이 있다.
입학–졸업–취업–결혼으로 이어지는
교과서 속 표준 시간표.
하지만 길은 지도 밖에도 나 있고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너의 시계는
너의 손목에서 비로소 맞춰진다.
수능이 며칠 남지 않은 날,
책상 위엔 지우개 가루가 얇은 눈처럼 쌓이고
초침 소리는 한 겹 더 크게 들린다.
시험지보다 더 두꺼운 건
네가 여기까지 건너온 날들의 무게다.
불안은 파도처럼 몰려오고
문제는 모래처럼 흩어진다.
파도는 금세 수평선을 다시 놓아 주고
모래는 발자국을 새로운 길로 만든다.
시험은 문 하나에 불과하지만
인생은 집 전체를 짓는 일이다.
정답 칸이 전부는 아니다.
빈칸 뒤엔
앞으로의 문장이 기다린다.
혹시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몸을 약간 기울여 걸어도 괜찮다.
흔들렸다고 해서
덜 단단한 것은 아니다.
결과가 오는 속도보다
사람이 자라는 속도는 느리다.
느리다고 틀린 건 아니다.
길이 멈춘 게 아니라
잠시 방향을 고르고 있는 시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