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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과 사랑

녹아내리는 시간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by 김하종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내 몸을 속여왔다.

바쁜 걸음에 발끝은 땅에 묶여 있고,

머릿속은 흐릿한 구름처럼 가득했다.

모든 것은 흐려져 가고 나는 그 속에 갇혀

조용히 숨만 쉰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은

차가운 돌처럼 날카롭지만,

온기가 녹아 흐르며

내 몸을 천천히 녹인다.

지친 피부 위로 물이 스며들 때,

어디선가 떠오른 작은 새처럼

부드럽게 풀려나간다.

붙은 무게들이 하나씩 벗겨지며,

내 안의 바람이 고요히 지나간다.



침대는 따뜻한 풀밭처럼

내 몸을 감싼다.

몸을 맡기면,

무게는 녹아내리고,

공기마저 부드럽게 나를 덮는다.

마치 구름 속을 떠도는 듯,

몸이 녹아든다.



이제,

세상의 소음은

내 안에 조용히 스며든 물처럼

모든 것이 잔잔해지고,



나는 그 속에서,

공허하게 존재한다.

무릉도원은

바로 이 침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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