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내 몸을 속여왔다.
바쁜 걸음에 발끝은 땅에 묶여 있고,
머릿속은 흐릿한 구름처럼 가득했다.
모든 것은 흐려져 가고 나는 그 속에 갇혀
조용히 숨만 쉰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은
차가운 돌처럼 날카롭지만,
온기가 녹아 흐르며
내 몸을 천천히 녹인다.
지친 피부 위로 물이 스며들 때,
어디선가 떠오른 작은 새처럼
부드럽게 풀려나간다.
붙은 무게들이 하나씩 벗겨지며,
내 안의 바람이 고요히 지나간다.
침대는 따뜻한 풀밭처럼
내 몸을 감싼다.
몸을 맡기면,
무게는 녹아내리고,
공기마저 부드럽게 나를 덮는다.
마치 구름 속을 떠도는 듯,
몸이 녹아든다.
이제,
세상의 소음은
내 안에 조용히 스며든 물처럼
모든 것이 잔잔해지고,
나는 그 속에서,
공허하게 존재한다.
무릉도원은
바로 이 침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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