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빠져나간 자리

잃어버린 시간의 한 조각을 찾아서

by 김하종

칠십 년,

목구멍에 돌 하나를 물고 살았다.

북촌리 겨울바람이 귀를 베어 가던 밤,

불빛이 문지방을 넘어오던 그때의 숨을

아직도 반쯤만 쉰다.



다랑쉬굴 어둠은 길었다.

말 대신 이를 악물던 시간이

혀밑에서 굳어 돌멩이가 되었고,

그 돌이 굴러가는 소리만으로도

집집이 문풍지가 떨렸다.



불꽃놀이가 터지면

나는 이불 속에서 먼저 웅크린다.

탕— 하고 터지는 소리에

살풀이 못한 이름들이

현무암처럼 꺼멓게 떠오른다.


귤껍질 타는 냄새에도 나는 멈춘다.

그날의 그을음이

손금 사이로 다시 스며들고,

검붉은 흙이 손톱 밑에서

밤새 말을 삼킨다.



누가 내 입을 꿰맸는가,

누가 내 뒤꿈치에 불을 붙였는가,

누가 내 아이의 이름을

사라진 페이지에 적었는가.


여기, 돌 하나 빠져나간 자리.

그곳엔 깊게 숨 쉬는 침묵만

그림자처럼 남았다.


기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곳,

겨울이 짙어질 때마다

어떤 이름들은 한 자락씩 묻혀 갔다.


북촌리의 언덕에

그리움이 숨어 있던 자리,

겹겹이 쌓인 세월이

그 빈자리 위에 다시 눌러앉았다.


하지만 돌이 빠져나간 빈자리가

여전히 아픈 이유는

아무도 말하려 들지 않아서다.



가슴속 깊이,

묵묵히 쌓인 사연들이

말 못한 채 버려지고 잊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자리에 깃든 무게는

누군가의 숨결 속에 남아 있음을.


이제 빠져나간 자리를 다시 묶어

사라진 시간을 더듬는 일.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