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가 벽이 될 때
인천 개항장 거리엔 선이 있었다.
돌 말뚝이 골목을 꺾어 놓고,
표지판의 외국어가 바람을 갈라 세우던 자리.
맞은편 난간 위엔 제복 입은
군인의 단추가 번쩍였고,
창틀 안쪽엔 서로 다른 시간이 입주했다.
제1은행권의 낯선 활자.
한때 은행의 창구는
곡식을 셈하는 곳이 아니라
나라의 혈맥을 빼앗는 출구였다.
바다 건너 서명 한 줄로
관세율을 좌지우지하고,
열려 있는 항로 위에
보이지 않는 벽돌이 켜켜이 쌓여
길은 북적이며 비좁아진다.
먼 바다 건너, 공장 안.
통역 없는 질문이 가슴을 내려치고,
손목엔 플라스틱 타이가 채워지고,
수많은 손들이 벽으로 몰렸다.
형광 조끼 아래 손목엔 비닐 띠가 매이고,
창고 같은 방엔 사람보다
사건번호가 먼저 입실한다.
그 밤, 이름은 지워지고
번호만이 남았다.
기울어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겠다.
관세의 바람에도
휘지 않는 나침반을 세우고,
우리의 항구로 나아가자.
동맹은 목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