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 정도면 됐다
오늘을 여기까지 데려온 나에게
저녁은
끝내는 법을
가르쳐 준다
오늘의 말, 표정, 걸음까지
그걸 다 들고 집까지 왔다면
이미 충분하다
불은 하나만 켜고
신발은 천천히 벗어 놓고
따뜻한 물로 손부터 씻자
오늘은 그 정도면 됐다
누군가의 기대가
아직 내 어깨에 남아 있어도
지금은 내려놓자
내일의 나에게 맡겨도 충분하니까
저녁은 묻지 않는다
왜 더 못 했냐고
묻는 대신 말한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이불을 다시 고쳐 덮고
방 안의 빛을 천천히 접고
오늘을
조용히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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