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모든 이들, 그 옆에 조용히 있어줄 단 한 사람.
한평생 살면서 내 얘기도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오
때론 기어오르지 않기 위해서
괜히 꿈틀거리다 밟혀 제 명
재촉하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오
꿈고 노동, 하나둘 빼앗기다
조금씩 갉아 먹히는 영혼마저
이제는 운명인가 하여 편해졌다오.
그러니
"여기, 사람이 있다!" 저리도 몸부림치는
저 사람들 곁으로 좀 가주겠소.
내 아무리 고개 빳빳이 쳐들고 소리쳐도
아무 말 없이 다독이는 그대여
다르게 태어나 처지는 다르더라도 같은
꿈을 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대여
불타 쓰러지는 저 남일당 망루 위로
올로 옆자리 별이 좀 되어주오.
바람에 흔들리는 저 강남역 철탑 위로
올라 옆자리 별이 좀 되어주오.
설 명절 눈치 없이 지나는
저 고속도로 톨게이트 위로
올라 옆자리 별이 제발 되어주오.
아무리 나의 이름을 불러댄다 한들
당신들을 위한 몸짓은
결코 보이지 않겠소. 시궁창의 꽃은 싫소.
대신 조용히 그대들 곁으로 가
옆자리 별이 되고 싶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는
될 수 없다고 할지라도.
2020.1.20.
용산참사 21주기를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