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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Dec 20. 2020

한국의 툰베리가
필요하신가요?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하는 기후행동

 스웨덴의 10대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아시나요? 지난 2018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 한 소녀가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들고 정문 앞에 섰습니다. 총선이 실시되었던 9월 9일까지 날마다 학교 대신 국회 앞으로 가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그레타는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행동은 세계 각지의 십 대들이 등교를 거부하며 다양한 기후 행동으로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대신 태양광 패널과 수중 터빈을 장착한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습니다. 그렇게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향해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다며’ 따끔한 충고를 날렸습니다. 


 한국의 정치권, 교육계에서도 그레타 툰베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나 봅니다. 모 지자체에서는 ‘한국의 툰베리’를 찾는다며 경연대회를 여는 가하며, 교육부와 환경부는 ‘기후행동 1.5℃’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며 “세상을 움직이는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처럼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이 기후행동 1.5℃ 앱을 사용하여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학습하면서, 기후행동을 습관화하길 바란다.”고 홍보합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기후위기를 만들어 낸 장본인들이 앞으로 가장 오랫동안 그 피해를 감당할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다그치는 꼴이라니요.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기후행동을 습관화해야 할 사람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어른들이면서 말입니다. 


 한국의 툰베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UN 청소년 기후회담에 참석했던 미국 기후 행동가 아젤리아 데인즈는 ‘청소년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며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기후 행동을 하는 모든 순간이 가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의 김유진 활동가는 ‘전 세계 청소년 누구나 시위를 준비하느라 학업에 타격이 가지만 지금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며 나이에 상관없이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죠. 


 이 아이들이 기특하신가요? 대단해 보이시나요? 환경운동가도, 기후학자도 꿈이 아니었던 이 청소년들이 지구와 환경을 위해 기후행동을 하고 있는 이 모습이 자랑스러우신가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미래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이들에게 말입니다. 적어도 절박한 심정으로 기후행동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당사자로서 하실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청소년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빼앗고 그들이 살아갈 미래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만들었으니까요.


 제 말이 불편하신가요? 아니면 너무 슬프신가요? 그레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기후에 관한 책이니까 슬플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참아야죠.” 기후에 관한 책은 슬픕니다. 가끔은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인물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레타 툰베리를 보고 한국의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대단하다? 부럽다? 아니었습니다 ‘정말 힘들었겠다.’였습니다. 누구보다도 그레타의 마음을 잘 알았을 테니까요.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를 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레타는 기후변화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11살 때는 우울증을 앓았고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레타 혼자만 겪는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후 활동가들 에기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기후위기의 실체를 알고 난 이후에 일정기간 겪는 ‘기후 우울증’은 어쩌면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는 소망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면 툴툴 털어내곤 합니다.


 더군다나 그레타는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오히려 자신의 병이 남과 다르게 사물을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레타는 맨눈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우리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오염층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도 누구보다 먼저 기후위기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선 이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기후 감수성과 대응 역량을 키워온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미래세대라고 쉬이 말하지만 이미 그들은 현재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기후 대응의 주체들입니다. 


 그러니 ‘이 나라의 미래는 젊은 세대에게 달려있다’는 하등 쓸모없는 응원이나 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을 통해 ‘한국의 툰베리’를 키워내겠다고 힘을 뺄 시간에 오히려 ‘한국의 툰베리’가 없어도 될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동참하시기를 제안합니다. 


이제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오늘날처럼 탄소배출을 계속한다면, 남아있는 탄소 예산마저도 8년 반 안에 모두 소진되어 버릴 텐데요.

 오늘 이 자리에서 제시될 어떠한 해결책이나 계획도 이 남아있는 탄소 예산을 고려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탄소 예산을 나타내는 이 수치는 매우 불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여전히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레타 툰베리(2019.9.23. UN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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