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아낼 유일한 방법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 환경회의는 지구환경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교토의정서, 파리 기후협약 등 숱한 국제사회에서의 합의들이 있었지만 5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불필요한 논쟁들로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왔습니다. 이제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우리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남아있지 않은 걸까요?
아닙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단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행동하는 일입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은 이만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총력을 다해 행동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감축과 적응입니다.
IPCC에 따르면 감축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거나 흡수하는 과정으로서, 미래의 기후변화 및 그 영향을 완화하는 방법”이고 적응이란 “실제로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그리고 그 영향에 적응하는 과정으로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이를 유익한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감축과 적응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낮추고 관리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 전략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기후-복원 경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기후위기는 과연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일까요? 대체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단순히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지구 평균 온도를 낮추는 걸까요? 기후위기로 발생할 많은 피해들을 완벽히 차단하는 일일까요? 이 모든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기후위기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더 나빠질 기후위기를 조금이나마 늦추거나 줄여서 덜 위험하도록 만들 뿐입니다.
국제사회나 주류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감축’을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적응’을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어차피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은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늘면서 차라리 적응에 집중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소득국가(개발도상국)는 미래 어느 시점에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를 ‘감축’에만 집중할 여유가 없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금 당장 눈에 띄게 줄어가는 국토와 홍수에 집과 재산을 모조리 잃은 자국민을 챙길 여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연 이은 폭염으로 점차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900년 만에 최악인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해져 내전으로까지 번진 나라에서, 탄소감축까지 신경 쓰도록 한다는 건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강요하는 일입니다. 너무나 가혹하기까지 합니다.
개도국 주민들에게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그들의 삶에 정면에 맞닥뜨린 생존의 문제입니다. 고소득 국가(선진국)에서도 다른 이유에서 감축보다 적응 방안을 더 강조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탄소 감축을 위한 탄소 국경세 도입이나 탄소세를 기반으로 한 기본소득 논의 등 자유시장 원리에 반하는 논의들이 오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적응 대책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사람들은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치 해일이나 홍수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방파제나 댐이 기후위기 자체를 막아낼 만능 방파제라도 되는 것처럼 느낄 공산이 큽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지금 당장 감축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사태가 점점 악화되어 나중에 가서는 불어나는 적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 지경에까지 도달한다면 정말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와도 우리는 아직 도망갈 도피처조차 마련해 두지 못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처럼 우주 어디인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또 다른 지구를 찾아 나설 과학기술마저 아직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오직 지구를 포기해야 할 상황(정확히는 인류의 생존이나 미래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오지 않도록 행동하는 일뿐입니다.
“누군가는 나에게 시위를 할 게 아니라 학교를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내게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공부를 해서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위기에는 이미 해결책이 있다. 우리는 이미 모든 사실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어나서 바꾸는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기후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