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12일 한국에서는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대규모 온라인 집회가 열렸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동시 기후행동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역 인근 윤슬 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보낸 약 3,000여 켤레의 신발로 대체한 행진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그 장대한 광경은 시민들이 느끼는 기후위기에 대한 위협의 정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9월 9일, 영국의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XR) 청년들은 “억만장자들은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 상황에서도 부가 커져만 가는데 저임금에 시달리는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없이 커졌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많은 의류 브랜드를 가진 아카디아 그룹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아카디아 그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멸종저항 청년들(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 홈페이지)
9월 7일에는 미국 노동절을 맞아 뉴욕의 기후 활동가 수백 명이 센트럴 파크에 모여 기후 행동을 벌였습니다. “우리는 환경정의와 기후정의를 위한 전 지구적 거대한 싸움의 일부분”이라며 베데스타 분수 앞에 가짜 피를 뿌리며 ’ 슬픔의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그 후 행진을 시작해 센트럴 파크의 남서쪽 입구에 도달할 무렵 건너편 트럼프 호텔 앞 지구 모형에는 멸종 저항 활동가 셋이 “바로 당장 기후정의!”란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활동가 셋은 모두 연행되기까지 했습니다.
센트럴 파크에 가짜 피를 뿌리는 모습(출처 : 기후위기 비상행동 홈페이지)
미국 선라이즈 운동(Sunrise Movement) 활동가들은 곳곳에서 새벽에 의원들의 집 앞에 찾아가 “정의가 없이는 잠도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의원들이 기후위기를 직시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행동은 새벽에 집에 들이닥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은 한 흑인 여성을 추모하기 위한 행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 활동가들에게도 퍼져 기후위기 때문에 잠 못 자는 청년 세대들의 고통을 의원들도 느껴야 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미국 선라이즈 무브먼트(출처 : The New York Times)
9월 5일 새벽, 캘리포니아 지역의 활동가들이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의 집 앞으로 찾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잠에서 깨어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약 25명의 활동가들은 메카폰까지 동원해 엄청난 소음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전개했습니다.
이들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혹시 범죄자들이나 하는 행동처럼 느껴지셨나요? 지금 지구촌에 사는 청년들은 기후위기라는 위협과 맞선 일생일대의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뉴욕의 기후 활동가들은 센트럴파크에 가짜 피가 아니라 자신의 피를 뿌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선라이즈 운동 활동가들은 국회의원 집으로 찾아가 메가폰 소음이 아니라 실제 총을 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우리 청년들은 지금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해외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는 참 양반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11월 19일 오전 8시 30분 국회 정문 앞에 노란 우비를 입은 청년 6명이 나타났습니다. 자전거 자물쇠로 국회 철문에 목을 묶고 “우리는 살고 싶다”라고 외쳤고 ‘우리는 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 ‘2025 탄소중립’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다른 청년들이 그 옆에 섰습니다. 같은 날 열린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공청회'를 앞두고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항의 시위였습니다.
20분 뒤 경찰은 절단기를 이용해 자물쇠를 끊었고 목을 잠근 6명과 피켓을 든 청년들까지 ‘멸종 반란 한국’ 소속 11명을 전부 업무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했습니다. 우리나라 기후 운동 사상 첫 연행 사례입니다.
국회 정문에서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이 목을 매고 시위를 하는 장면(출처 : 오마이뉴스)
‘멸종보단 연행’을 택한 청년들은 살기 위해 목을 묶었습니다. 세계 청년들은 지금, 평화롭지만 아주 단호하게 전쟁을 치러내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나 기후위기가 아닙니다. 바로 기후위기를 유발한 기업과 이를 방조한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중입니다. 정책입안자나 국회의 입법 노동자, 기업을 경영하는 CEO를 포함하여 20세기 탄소배출을 주도했던 모든 기성세대들은 이 사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