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종 Jan 17. 2021

2020년, 만우절(2020.4.1)

2020년 그 날, 만우절 거짓말처럼 오라!

대학 캠퍼스엔 때아닌

교복을 입은 청년들이

캔맥주를 홀짝이고


강의실 앞문은 뒷문이 되어

어느새 강의 시작 십 분 만에

쉬는 시간이 되는  날


그날은 없다

웃음은 사라지고 봄꽃은

거듭거듭 움츠린 지 오래.


떠오르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화마(魔)와 함께 시작했던 사피엔스의

새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돌림병에 잠식당했다


공장과 가게는 문을 걸어 잠그고

콘크리트와 쇠붙이로 쌓아 올린

대도시의 이기()는 무너졌다


하늘과 바다를 휘저으며 위용을

뽐내던 온갖 문명의 이기()들은

한낱 자연이 친 거미줄에 발이 묶였다.


가증스러운 사피엔스, 홀로

배 불리려던 탐욕이 불러온

당연하고도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던

고대 역사의 교훈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던가.


천박한 천민자본주의가 벌여놓은

계급의 격차는 장대음봉 마냥 축 늘어져

삼도천 밑바닥으로 곤두박칠치는데


더불어 통합은 못 할망정

시민의 미래를 담보삼아

민중, 민주의 열망을 짓밟은 위성 괴뢰들!


동종의 존엄과 안일한 판결을 처먹고

자라나 무려 사람의 탈바가지를 쓴

타락한 박사의 무리!


아아!


시내 천변에 위태롭게 피어있는 개나리의

노오란 빛깔과 빠알간 애기 동백꽃.


끝내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는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오늘날의

생이 버거워 봄날의 화창함에 취해

어제의 아픔을 잊을까 두려워졌다.


다행일까? 운명일까?

아니면 꼭꼭 숨겨왔던 족쇄일까?


용솟음치는 남도의 바다가 부르짖는

피맺힌 울음소리에 가슴 한구석 화인처럼

그 날의 자국이 다시금 선명해진다.


팽목항의 빨간 등대 비추는 방향 따라

어둠 속 홀로 헤매던 청년 나그네에게

그 날의 별들이 손을 내민다 조심스레.


4월은 아직 아프다.

혐오와 배제 속에 둘러싸인 바이러스는

죽지 않고 우리를 꾸준히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사피엔스여!

그대가 인간임을 잊지 말게나.


그날,

그 날은 반드시 온다.

조금 더디더라도 반드시 온다.


역사의 질곡을 벗어던지고

만우절 거짓말처럼 별안간 온다.


그러니 사피엔스여!

그대가 인간임을 절대로 절대로

잊지 말아라!



코로나19가

만우절 거짓말처럼

별안간 사라지기를.


세월호, 4.3항쟁 등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과제에 대한 진상규명이

만우절 거짓말처럼

별안간 이루어지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한 요구(21.1.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