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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Jan 18. 2021

올겨울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

북극발 한파의 다른 이름은 기후위기입니다.

 신축년 새해가 밝자마자 북극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1월 6일과 12일, 살인적인 극강의 추위와 함께 기록적인 폭설이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특히, 8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35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밖의 다른 지역에서도 연일 최저기온을 경신하였습니다. 오는 17~18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폭설이 예보되어 있는데요. 곳곳에서 폭설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 폭설보다 그 강도가 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들어 폭설과 폭염 그리고 폭우까지, 유난히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주기적으로 눈이 내리는 것이 기상학적으로 가능하나, 이번처럼 3번 모두 폭설이 오는 것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기상청은 이 눈이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면서 '기후위기'로 불리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영향 아래 있다는 점도 재차 상기시켰습니다. 바로 이번 북극발 이상 한파의 원인은 기후위기를 불러온 ‘지구온난화’입니다. 이렇게나 추운데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설명이 잘 와닿지 않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 원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북극의 진동과 제트기류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강타한 한파의 원인은? (출처 : 연합뉴스)


 북극의 음의 진동과 제트기류

 북극진동이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폴라 보텍스, polar voltex)가 수십일,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입니다. 폴라 보텍스는 극지방을 돌고 있는 영하 50~60도의 한랭 기류를 말하는데요. 북극지방은 북극을 중심으로 이 폴라 보텍스를 제트기류가 감싸고 돌고 있습니다. 제트기류(jet stream)는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한반도 강타한 한파 원인은, 제트기류(출처 : 한국경제)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 차이에 따라 오르내리는데, 이 기압 차이를 북극 진동지수(Arctic Oscillation index)라고 부릅니다. 이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 차이가 약해질수록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힘이 약해지는데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이 따뜻해지고 북극진동 지수가 음으로 전환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옵니다. 이 때문에 중위도 지역에는 한파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음의 북극진동 모식도(출처 : 기상청)

 이번 추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음의 북극진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북극 바렌츠-카라해를 중심으로 얼음 면적이 작고 기온이 높은 '음의 북극진동'의 영향이지요. 이로 인해 우랄산맥 부근에서 블로킹(고위도 지역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면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막는 온난 고기압)이 발달했고 대기 하층에서는 대륙 고기압과 저기압이 형성되어 찬 북풍 기류가 강해졌습니다. 북극의 온난화로 북극진동 지수가 음으로 바뀌면 대기 상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동아시아에 한파 현상이 나타납니다. 바로 이번 한파를 ‘북극발 한파’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해진 제트기류

 북극의 음의 진동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해빙이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는 지구 가열화(earth heating) 현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같이 인류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의 방출 때문입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를 매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6%, 메탄은 157% 증가했습니다. 185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285ppm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지구가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는 동안 변할 수 있는 자연 범위에서 가장 높은 농도였는데요. 그 후 1958년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한 곳)에서 처음 측정할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5ppm으로 현재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을 넘어서 2017년에는 406.5ppm까지 상승했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뜨거워지면서 빙하는 녹기 시작했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열과 수증기는 다시 지구를 더욱 뜨겁게 만드는 온실효과를 초래합니다. 연쇄적으로 제트기류에 갇혀 있던 폴라 보텍스는 뜨거운 열과 기온에 의해 약해진 제트기류와 함께 북미와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한파를 몰고 다닙니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빙하는 기후계에서 가장 느리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북극의 빙하는 지난 40년간 52%가 감소하였습니다. 국립 기상과학원에서는 2040년 여름철이 되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문제는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온 상승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이미 저질러진 온난화’라고 부르는데 쉽게 설명하면 지금 나타난 지구온난화는 수십년 전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반응이라는 말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농도(출처 : NASA)

 아이러니하게도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에서 이상 한파 현상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美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북미 그리고 유럽에서 최근 이상 한파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무차별적으로 배출하여 기후위기를 불러온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요? 지구온난화 발생에 책임이 있는 지역이 도리어 이상 한파의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기후계의 관성과 온실가스의 긴 수명 때문에,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한다고 할지라도 지구온난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면 언젠가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운명의 열쇠는 오로지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전 인류의 미래를 파국으로 이끌 지옥문을 여시겠습니까? 아니면 우리 모두를 살리고 사계절이 뚜렷했다던 낭만 가득한 한반도로 가는 문을 여시겠습니까?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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