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뚱그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속 빈 강정 같은 꿈.
엄마가 장염에 걸렸다.
코로나 자가 격리가 딱 끝나던 새벽,
웩웩 토하더니 몸져누웠다.
나갈 수 있다고 좋아했던 엄마는
아침에 겨우 병원에만 다녀왔다.
엊그제는 동생이 장염을 앓더니
코로나 후유증에 아무래도 장염이 포함되나 보다.
집안에 코로나라는 역병이 돌더니,
이번엔 장염인가!
내 차례가 올까 봐 무섭다, 덜덜.
과거에 나는 스트레스성 급성장염으로
병원에 일주일 동안 입원을 했었다.
이유 없는 불안감을 꾸역꾸역 먹는 걸로 풀었더니
그 결과는 변비.
그다음엔 고열, 그러더니 급성장염이 온 것이었다.
물도 마음껏 못 마셨고,
포도당과 항생제로만 생명을 연장했다.
열은 끓고, 먹은 것도 없는데 위아래로 토하고,
이러다 정말 죽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이 죽음이 코앞에 있다 생각하니까
안 하던 기도를 다 하게 되더라.
간호사 선생님들의 업무 소리만 고요한 병원의 밤에,
속으로 모든 종교를 찾으며 기도를 했다.
다 필요 없으니까 아프지만 않게 해달라고.
이번만 봐주시면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한 하루를 쌓으며 살겠다고.
나는 내 인생에 한방 같은 운은 없다고 생각해서
로또도 잘 사지 않는다.
그런데 스물초중반의 나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로또 당첨보다 더 힘들다는
대단히 똑똑하고, 대단히 잘나가는 그런 사람이.
그래서 내가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르면서
동분서주 바쁘게도 살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십대후반이 된 내 모습을
스물초중반의 내가 본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다.
아니, 근데 생각해 보면 내가 이렇게 된 건
어느 정도 걔 탓도 있는 건데 실망할 것도 없지.
그래도 스물초중반의 나보다는 내가 언니가 됐으니,
그때보다 조금은 더 현명해지긴 한 것 같다.
뭉뚱그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속 빈 강정 같은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으니까.
지금의 나는 무엇이든 많이 경험하고 배워
성실한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실한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어쩌면 그날 병원의 작은 침대에서 빌던 기도들을
내가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