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인생이 가로막힌 느낌이 드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우리집 앞에는 큰 사거리가 있다. 길을 건너기 위해 나의 신호를 기다린다. 다른 신호들은 하나둘씩 먼저 켜진다.
건너편에도 파란불이 들어오고, 대각선에도 파란불이 들어온다. 내 신호의 파란불만 깜깜무소식이다. '넌 건널 수 없어.'라며 빨간불만 선명하다.
마치 엄마 친구 딸은 어디 취직을 하고, 엄마 친구의 친구 딸도 어디 취직을 했다는데, 나만 빨간불에 멈춰 있는 것과 똑같은 기분이었다.
친척들도, 친구들도, 모두가 내 신호의 파란불 여부를 묻는다. 발걸음이 동동 거려지고, 빨간불만 눈이 빠져라 보게 됐다. '도대체 언제, 언제쯤이면 내게도 파란불을 켜줄래?'하면서.
차라리 내 신호가 아니더라도, 내 길이 아니더라도, 어떤 신호든, 어떤 길이로든 도망가고 싶었다. 머릿속은 사거리 신호만큼이나 복잡해져서, 언젠가부터는 가만히 있는게 가장 힘든 일이 됐다.
신호를 기다리는 모퉁이에는 커다란 핸드폰 가게가 있다. 노랫소리가 어찌나 큰지 말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정도다. 시끄러워서 짜증이 나야 정상인데 오히려 신이 난다. 드디어 정신을 놓아버린 건가!
그냥 때로는 누군가의 말이 그 어떤 소음보다 귀를 아프게 할 때가 있다. 별 거 아닌 말인데, 그저 그저 종이에 베인 것 처럼 얕은 상처일 뿐인데,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따끔거린다.
커다란 노랫소리는 내가 그 어떤 말도 듣지 않을 수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나를 잠깐 숨겨준다. 쓰린 상처의 감각을 잠깐이나마 잊게 한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멈춘 것만 같았던 시간도 흘러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 영원한 상처도, 영원한 멈춤도 없는 거였지.
살다 보면 인생이 가로막힌 느낌이 드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넌 할 수 없어.', '너는 안 될 거야.'하고, 세상이 내게 온통 빨간불을 키는 느낌.
그럴 때 애써 빨간불을 건너뛰려고 하지 않아도 됐다. 제발 파란불을 켜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됐다.
세상에 보란 듯이 커다란 노래를 틀고 그 자리를,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빨간불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지금 자리에서 내가 출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춤을 추면 된다.
내 인생은 오롯이 나를 위한 무대다. 내 무대에서 내가 신나겠다는 누가 감히 뭐라고 할까!
지금은 잠시 사거리에 멈춰 섰을지라도 나의 신호는 반드시 오게 되어있다. 축 처져 있으면 켜질 신호도 기운이 빠져 정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춤을 추자, 세상 즐겁게!
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
춤 추는 데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BTS, Permission to Dance 가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