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스투키처럼 뾰족해졌다.
2021년 03월 31일, 인터넷에서 첫 반려 식물로 스투키를 구매했다. 마음이 스투키처럼 뾰족한 시기였다.
열심히 하고 싶은데, 열심히 하는 게 무서웠다. 잘 하지 못할까 봐, 결과가 쓰레기 같을까 봐.
어른은 되고 싶은데, 나이가 드는 게 무서웠다. 지금과 그대로일까 봐, 하나도 나아진 게 없을까 봐.
이런 내 속마음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흙 속에 숨겼다. 내가 1cm 정도의 성취만이라도 이루면, 그때는 내가 이런 마음이었다고, 누군가에게는 꼭 털어놔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성장하기를 기다리며 꾹 버텼다.
1년을 넘게 매일 아침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스투키를 내놓았다. 위로 쑥쑥 뻗어갈 스투키를 기대하며 이름도 '쑥쑥이'라 지어줬다. 그런데 쑥쑥이가 죽었다. 노랗게 썩어서 악취를 풍겼고, 그 주변으로는 파리가 꼬였다.
쑥쑥이는 단 1cm도 자라지 않고 죽었다. 나도 다를 게 없었다. 버티고 버텼지만 성장은커녕, 자꾸만 속만 곪아갔다. 그런 내 주변에는 파리 같은 인간들이 참 많이 꼬였다. 내게서 풍기는 외로움이란 지독한 악취를 맡은 거지.
집 근처 꽃집에 쑥쑥이를 데려갔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썩어버렸다고 했다. 때로는 열심히의 방향이 잘못됐을 때가 있는 거지. 돌이키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때로는 통째로 갈아엎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쑥쑥이는 소생 불가 판정을 받았다. 꽃집 사장님은 무심히 쑥쑥이를 통째로 뽑아주셨다. 그런데 뿌리 쪽이 이상했다. 손바닥의 반도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포트에 뿌리가 갇혀 있었다.
알고 보니 스투키는 예쁘게 원형의 모양을 잡아 판매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잘라져 심겨있었던 거였다. 그래서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단 1cm도 자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내 뿌리도 남들에게 잘난 모습만 보이기 위해 갇혀 있던 건 아닐까. 못난 모습을 견디지 못해 하면 조금도 성장할 수가 없는 건데.
상황이 내 통제를 벗어난 날이었다. 차를 운전하던 중 그냥 그대로 어디 처박아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친구들과의 영상통화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내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친구들은 내 못난 모습을 못나게 보지 않았다. 그냥 같이 울어줬다. 바람이 불면 같이 흔들리는 잎사귀들처럼.
막상 못난 모습을 꺼내놓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마다 인생의 세찬 바람이 불 때가 있는 거였다. 친구들은 그럴 때 자신들이 어떻게 나뭇가지를 꽉 붙들고 있었는지, 각자만의 방법을 내게 알려줬다. 그 덕에 나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스투키가 사라진 화분에 새로운 반려 식물을 심었다. 꽃집 사장님께 쑥쑥 잘 자라는 아이로 달라고 했다. 이번엔 뿌리를 가두는 포트 따위는 없었다. 정해진 모양은 더 이상 원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데려온 반려 식물이 '홍콩야자'이다. 한 달도 안 된 지금, 벌써 무럭무럭 자라났다. 자기만의 모양으로, 자유롭게.
매일 아침 햇빛과 바람을 쐬어주니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아마 곧 있으면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함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지.
나만의 모양으로, 자유롭게.
그렇게 싱싱하게 자라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