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렇게 친한 사람. 누구에게도 가장 친밀한 범위에 들지 못하는 사람.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친구, 누군가만의 소중한 애인. 그 어떤 것도,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이 스스로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와 다를 게 없었다.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런 것들이 삶의 목표가 된다면 나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삶의 통제권을 넘겨주겠다는 의미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를 감추고, 나를 갈아 넣고, 나를 죽이겠다.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불안에 떨고, 슬픔에 잠기고, 우울에 빠지겠다. 그것 말고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건 내가 할 수 없는 일,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일, 그래서 내 삶에 의미가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바꿨다. 그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나에게 건강한 걸 먹이고, 나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며, 내가 나를 예뻐해 주고 보듬어줬다. 누군가 나를 소중하지 않게 대하면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뺐다.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하면 소중한 사람이 될까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내 삶엔 "나에게 소중한 사람"만 남아있다. 그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도 나를 소중히 여긴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니까.
나는 더 이상 내가 누구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소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나를 소중히 여기는 내가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