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을 건강하게 다뤄내는 방법은 '그냥 질투하기' 였다.
Com-Comparison is killin' me slowly
비교, 비교가 서서히 날 죽여가.
Olivia Rodrigo의 Jealousy, Jealousy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인스타그램 속 진짜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쁘고 잘난 사람들을 보며 느낀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나는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특별히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기도 하고, 딱히 내 일상을 올릴만한 것도 없어서 그렇다. SNS를 자주 하지 않으니 질투심을 느낄 일이 적다. 그렇다고 내가 질투심 자체가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SNS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매일 누군가의 예쁘고 잘나고 행복한 모습을 본다면 미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질투심을 느낄 일을 원천 차단한 셈인데, 그러다 보니 질투심을 건강히 다뤄낼 기회도 없었다.
혼자 무인도에 갇히지 않는 이상,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모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모르고 살고 싶어 외딴섬처럼 살아가고는 했는데, 문제는 나의 친애하는 동생이 소셜 미디어 러버라는 것이다. 툭하면 잊고 살던 사람들의 소식들을 물어다 내 귀에 넣어준다.
누가 뭐를 공부해서 어디에 취직이 됐니, 누구는 사업을 하면서도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서 강사가 됐니. 이미 내 주변의 잘 나가는 친구들 만으로도 질투심 게이지가 가득 찼는데, 동생의 주변 지인들의 경사까지 알게 되니 머리가 폭발했다.
지끈지끈 거리는 두통을 어떻게든 견뎌내보자.
1번, 진심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축하해준다. 2번, 누군가를 축복해 줌으로써 나도 축복받는다. 3번, 나도 나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4번, 그렇게 얻은 힘으로 할 일을 쭉쭉 해낸다.
1,2,3,4 전부 다 하기 싫다.
축하는 개뿔, 축복은 얼어 죽을.
I see everyone gettin' all the things I want.
모두가 내가 원하던 모든 것들을 이루어가고 있어.
I'm happy for them, but then again, I'm not.
"잘됐다." 그러면서도, 그렇지 않은 마음도 들어.
Olivia Rodrigo의 jealousy, jelousy 가사 中
정말 친한 친구들의 경사에는 진심으로 "잘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 정도로 친한 친구들인데도 집에 돌아가 방에 불 끄고 누우면 괜히 내 신세가 슬퍼진다. '나는 언제 잘 되는 건데..' 하다가, '너 지금 친구들을 진심으로 기뻐해주지 않는 거야?!' 하다가, 난리난리 그런 난리도 없다.
어젯밤에도 머릿속이 질투로 난리법석이었다. 어떻게든 마인드 컨트롤을 해보려고 했지만, 때아닌 난리에 뒤집어진 머릿속은 통제불능이었다. 결국은 신경안정제를 한 알 먹고서야 두통이 가셨다.
Their win is not my loss.
그들이 성공했다고 해서,
내가 패배한 것은 아닌데.
주변 지인들이 잘된다고 해서, 내가 천하의 루저가 되는 게 아닌데. 그걸 몰라서 질투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질투 나는 건 질투 나는 거였다. '질투하면 안 돼.', '너는 너만의 길이 있는 거야.', '친구들이 잘되면 너도 좋은 거야.', 그딴 말은 질투심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거였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이 곡에 대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It isn't sad or 'Oh, I don't feel like I'm enough', it's 'Oh, God, I'm so jealous'. It's tongue-in-cheek, and a little funny to me."
“이 곡은 슬프거나, '아, 난 부족해' 하는 게 아니라, '아, 진짜, 질투나 죽겠다.'하고 표현한다. 진짜 죽는 건 아니고 장난식의 표현이며, 이런 표현이 오히려 날 웃게 한다.”
질투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머리 싸매고 질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가 아니었다. 질투심을 건강하게 다뤄내는 방법은 '그냥 질투하기' 였다. 이제 질투 나는 일이 생기면 침대에서 머리 싸매는 게 아니라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쳐야겠다.
"아, 진짜, 질투나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