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열매는 쓰디쓴 맛.
졸업전시를 하게 됐고, 기뻤지만 동시에 허무했다.
근사한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 이름 있는 대학의 학위를 두 개 가지게 된 것. 그건 뿌듯하고 멋진 일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노력하고, 인내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스스로의 하루를 빼곡히 통제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만의 루틴을 찾고, 매일 부족한 자신과 마주하면서 동시에 그런 나의 감정 또한 다스려야 했다. 압박감과 두려움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일기를 쓰고, 수많은 명상을 했다.
나는 성공이라는 게, 유유히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 화려한 조명 밑에서 뽀송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겪은 성공은, 부단히 두 다리를 끌어가며 도착한 강렬한 태양 아래 땀에 젖어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에서 나는 허무함을 느꼈던 것 같다.
성공의 열매는 단맛이 아니라 쓰디쓴 맛이었다. 성공은 절대 멋지지 않았다. 성공은 혹독함이라는 대가를 치른 피투성이들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였다.
보도섀퍼, 『멘탈의 연금술』.
도착지까지 숨 가쁘게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허무함이 아닌 고요함 속에서, 튼튼해진 심장박동과 단단해진 다리가 느껴진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게 예전보다는 어렵지 않게 느껴지고, 복잡하고 방대해 보이는 일도 어느덧 차근차근해나가는 스스로를 마주한다.
밖을 보았을 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빛나지 않는 성공이라 느꼈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눈부시도록 빛나는 성공이었다. 진정한 성공은 외부에서 비추는 빛이 아닌 내면으로 들어찬 빛이라는 걸, 그걸 깨달으니 괜스레 눈이 시큰해진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뻔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