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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Feb 24. 2022

"저는 예쁨받고 싶은 것 같아요."

누군가의 보기 좋은 꽃이 된다는 것.


심리 상담 중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 한마디가 있다.


"저는 예쁨 받고 싶은 것 같아요."


그때  사장님을 포함해 남자들로만 구성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혼자만 여자이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직원으로서가 아닌, 여성으로서 대해졌다. " 진한 화장은 별로야.", "머리는 그렇게 묶는   나아."  매일 나의 헤어스타일, 화장, 패션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뭔가 찜찜하고 불쾌했지만 그냥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예쁘고 친절하면서 일도 잘하면 사장님도, 매니저님도, 아저씨 손님들까지도 모두  좋아할 테니까.


그때는  상황이, 이러한 생각이 문제가 될지 몰랐다. 그저 예쁨 받기 위해 출근 전에는 꽃단장을 했고, 근무 중에는 땀나도록 일했다. 무리한 대타를 부탁할 때도 열에 아홉은 들어줬다.


하지만  여성으로만 대하는  상황을 내가 받아들인 순간부터,  애초에 ' 잘하는 직원' 아닌 '보기 좋은 '  것이었다.


그곳의 모든 남자들과의 관계가, 동료와 이성의 경계를 점점 허물며 아슬아슬해지는  느껴졌다. 모든 상황이 건전한 분위기가 아니라 섹슈얼한 분위기로 위태롭게 흘러갔다.


성적으로 위험할 뻔한 일이 생겼는데도 그만두지 않았다. 어쨌든 별일 없었고, 여전히 예쁨 받고 있었으니까. 결국은 다른 여자 직원이 들어오면서 내가 예쁨을 독차지할  없어졌을  일을 그만뒀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미련하고 무모한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맡은 업무만 성실히 하고 그에 대한 임금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에 무관한 외모 지적을 받으면서 일은 일대로 죽어라 해줬다.


내게 남은 , 추파를 던지던 아저씨가 느끼한 시선과 함께 건네던 명함, 남자들 입방아에 오르며 불리던 '어장관리녀', '가벼운 '라는 타이틀,  정도였다. 고작 이런 것들을 얻고자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까지 밀어 넣었다. 모두에게 예쁨 받으려고 했던 마음은 세상에서 제일 못난 마음이 된다는  그때 깨달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EGX2t7kmk


외모가 무기라고 착각하고 조직 내의 꽃이 되면,
그 이상 올라가기 힘들어진다.

아름다운 여성으로서의 면을 부각시켜 직장  꽃이 된다면  가치는  거기까지밖에 되지 못한다. 사무실의 분위기를 밝혀주는 화병에 꽂힌 예쁜 .


내가 예쁨의 가치를 하는 동안은 나의 존재감을 뽐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른 꽃으로 대체될 것이다. 세상에 예쁜 꽃은 너무나 많으니까.


 보기 좋은 꽃이 되어 화병에 꽂히는 순간  시들 일만 남은 꽃이 되어버린다.  스스로를 위해 싹을 틔우는 화분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만이 나의 가치를 정할  있어지고, 나를 위한 꽃을 피울  있다. 계속해서 꽃가지를 뻗어나갈  있어지고, 그러다 주렁주렁 열매들도 맺을  있다.


새롭게 카페 일을 시작하면서는  부분을 유념하고 일에 임했다. 여자 사장님과 직원들이지만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예쁨 받는 사람", "모두에게나 사랑받는 사람"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문제였기에.


아르바이트를  때마다 예쁨 받는 직원이 되려고 노력했던  이번엔 멈췄다. 가르쳐주지도 않은  못한다고 혼내면 " 번은 가르쳐주셔야죠~!" 하며 대들기도(?) 했다. 냉랭하게 말을 하는 직원에게도 굳이 환심을 사려고 없는 , 있는  쥐어짜며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 "", ""으로 대답만 열심히 했다.


예쁨 받으려고 과하게 업무를 하지도 않았다. 대신 출근시간에 절대 늦지 않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에는 꼼꼼하게 집중했다. 그러니 놀랍게도  달이 지난 지금은 "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을 받는다!


인정을 받아서 기쁜 것도 있지만, 안정된 스스로의 모습이 대견했다. 작은 싹부터 시작해 꽃을 피우고, 스스로 틔운 열매의 맛은 예쁨 받는 것보다 훨씬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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