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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Feb 25. 2022

시간에 쫓겨 살해당한 내 시체

시계침에 쫓기다 못해, 꽂혀서 죽을 것 같다.


요즘 내가 제일 자주 찾아보는 검색어는 '시간 관리'이다. 그만큼 시간관리에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학창 시절부터  먹듯이 지각을 하던 '지각쟁이'었다.


매일 아침 차가운 학교 복도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며 벌을 서고는 했다. 팔이 떨어져 나갈  무겁게 느껴지던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건 시간을 지키지 않아서 받을  있는  중에 가장 가벼운 벌이라는걸!


디자인쪽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마감'이라는  생겼다. 정해진 시간을 무조건 지켜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정확한 답이 없는 분야기 때문에 시간관리가 가장 중요했다.


답이 없기 때문에 공들이는 시간만큼 근사한 답을 만들 수가 있지만,  말은 원하는 동그라미 하나 그리자고 시간을 낭비하면 어떠한 답도  수가 없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마감을 지키려면 철저한 시간 계획 필요하다. 그런데  MBTI 있어 파워 P 성향으로 '계획은 개나 줘버려~'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마감에 쫓기고 시간에 쫓긴다.


시간에 쫓기면 사람이 최악의 상태 된다. 날카로운 시계침에 계속해서 쫓기며 달아나다 보면, 사람이 그렇게 예민하고 불안해질 수가 없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시달리다 보면 신체적으로까지 아프게 되는 것이다.


지금  상태가 그렇다. 불성실하고 무계획이었던 과거의  덕분에, 마감은 정신 차리고 보니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계침에 쫓기다 못해 꽂혀서 죽을  같다. 시간을 지키지 않은 벌은 잔혹하다. 그리고  가혹하다. 시계침을 스스로 움직여 나아가는 친구들을, 시계침에 꽂힌  무력하게 지켜만 봐야 하기에.


하지만 메이슨 쿨리의 말처럼,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한 후회는 더한 시간 낭비"이다. 내게 남은 시간만이라도 최대한 집중해서 알차게 활용해야 한다. 근데 그걸 누가 모르나! 스트레스 받고 맘처럼 안되니 문제지!! 


이렇게 스트레스 극악의 시기에  힙합을 자주 듣는다. 거칠고 시원한 랩을 듣다 보면 나까지 덩달아 멘탈이 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특히 사이먼 도미닉, 줄여서 '쌈디'라는 래퍼를 좋아한다.


비속어 주의!!



성실한 이름들 사이에 이제 나는 못 껴.
난 시간에 쫒겨 살해당한 내 시체를 자주 목격.




이건 쌈디가 에픽하이의 '노땡큐'라는 곡에서 피처링한 부분의 가사이다. '시간에 쫓겨 살해당한 나의 시체'라니! 시계침에  꽂혀 죽어가는  모습이 겹쳐진다.


그도 '완벽주의'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기분을 느껴봤다고 한다. 저렇게 완벽하게 재능이 있어 보이는 사람도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시기가 너무 힘들었어서  이후로는 '단순무식'하게 일을 하려 한다고. 그래서인지 이후에는 앨범도 발매하고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아마 이제는 시계침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이제는 '시간에 살해당한  시체' 목격하는 일이 없고 싶다. 남은 시간은 계획한 대로 그냥 '단순무식'하게 해보는 거다. 이제 동그라미는 그만 그릴 때이다! 완벽한 동그라미 하나보다는 찌그러진 동그라미 여러 개로 완성된 우주가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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