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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r 15. 2022

'그냥그냥'의 실패는 하지 않기로.

나는 운이 따르지 않는 매 순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그냥 괜찮은 수도권 대학에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그냥그냥' 잘했다.


운이 좋았다.


수업 시간 때 그다지 성실한 학생도 아니었으며,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월등한 편도 아니었다.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도 없었을뿐더러

매번 벼락치기로 시험을 준비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대학에 왔으니까,

이런 내 문제점들을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디자이너를 꿈꾸며 디자인 복수 전공을 시작했다.


디자인을 새롭게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그림을 그리는 '스킬'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이제껏 그림을 그려오지 않은 사람이니까,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까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내게 부족한 건 실행력과 시간관리, 끈기였다.



디자인을 공부한 지 어느새 벌써 4년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디자이너가 되지 못했다.


디자인 전공을 하며 제일 잘 받은 학점은 B+이었다.

작업의 퀄리티는 둘째치고 매번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다.


졸업작품도 번번이 완성하지 못해서,

졸업도 남들보다 1,2년이 늦어졌다.


수면 아래 꽁꽁 숨겨뒀던 내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욕심내서 많은 수업을 들었지만,

그 어느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배웠지만,

어떤 한 가지도 깊게 파지 못했다.


거창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어떠한 계획도 제때 실행할 줄을 몰랐다.



누구도 내게 실패자라 하지 않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참담하게 쓰러져 죽어갔다.



남아있던 모든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서야

정신이 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친구들과의 잦은 만남, 가족들과의 사사로운 외출 등,

낭비되는 시간을 체크하고 줄여나갔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잘 하지 못하더라도,

완벽할 수 없더라도 무조건 한 줄을 그어나갔다.


무리하게 하루 안에 모든 걸 하려고 하지 않고,

매일매일 조금씩 해내려고 노력했다.



조언이 필요할 때 자주 찾는 유튜버 중에 하나인

다니엘님의 영상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더라."

이 말이 영상을 누르게 만들었다.



그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멘탈 관리법 중 하나는,


결과에 대한 능력보다는 과정에 대한 능력을 가져야

성장가능성이 극대화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대학을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3년간의 성실한 공부습관이 중요했던 것이었다.


일찍 자고 지각하지 않고,

수업 시간을 오롯이 집중하고,

계획을 세워 그날 학습량을 채워나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한정된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익히고,

다른 것보다 해야 할 일을 우선시하며 인내하는 법.


그게 나한테 부족했기에,


나는 운이 따르지 않는 매 순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친구들과 가족들의 그 어떤 위로도

나를 실패의 참담함에서 일으켜 주지는 못했다.


일찍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원하던 계획대로 꿋꿋이 살아나갈 때,


그때 난 쓰러진 날 스스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와 달라진 결과는 없다.

아직도 졸업을 못했고 디자인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그때와 다르게

기운이 찬 상태로 책상 앞에 앉아있다.


'과정에 대한 능력'을 가지기 시작했기에,

언젠가는 결과로 돌아올 거라는 걸 믿는다.



내가 잘난 디자이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매일 그리는 능력이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수많은 실패를 하겠지만,

더 이상 내 인생에 '그냥그냥'의 실패는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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