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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r 19. 2022

인생이 심각해지려 할 때마다

인생이 심각해지려 할 때마다 그런 나를 떠올려 봐야지.


우리집에서 제일 회를 좋아하는 우리 엄마.

세상에서 회 같은 음식을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하던 나.


밍밍하고, 물컹하고, 보기에도 예쁘지 않은 물고기의 살.

평생 스스로가 원해서 먹게 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는 회를 먹자는 엄마의 말에 "그러자!"라고 했다.


엄마가 포장해 온 회를 먹어본다.

한 점은 간장에, 한 점은 초장에, 한 점은 쌈장에.

한 점은 깻잎에, 한 점은 상추에.

회덮밥에 얹어서 한 입, 매운탕 한 숟가락.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식탁에 뉘여 휴식을 취해준다.

쉴 새 없이 씹어 삼켜 되던 입도 마지막 삼킴을 끝내고는 휘파람 불 듯 말한다.


"와, 너무 맛있었다!"


예전에는 몰랐던 고추의 개운함, 마늘의 알싸함을 느끼게 되고,

싱싱한 회가 주는 고소하면서 시원한 맛을 흠뻑 즐기게 됐다.


죽어도 먹기 싫던 음식이 가끔은 생각나는 음식이 됐듯,

죽을 만큼 싫어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 생각도 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흥겹게 휘파람을 부르는 지금,

'인생은 길게 살고 볼 일이구나!' 하는 애늙은이 20대의 나.


싫어하는 감정을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무슨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싫어하는데 몰두하지 말아야겠다.


엄마와 싱싱한 회를 함께 먹고 효녀 행세도 덤으로 챙기며,

배부름에 엉덩이를 흔들흔들하며 인생을 즐기는 날도 오니까.


인생이 심각해지려 할 때마다 그런 나를 떠올려 봐야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부름의 댄스를 추며

"그래, 인생은 이런 거지!" 하며 외치는, 애처럼 해맑은 할머니가 된 나를.


+)

요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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