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H Apr 06. 2021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4

현실

"고 팀장 여기 기획안 있어."

"고 팀장님, 서버 가용량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고 팀장 직원별 사외 사이트 접속 이력, 외부 저장 장치 이력 좀 뽑아줘."

"고 팀장님, 면접 준비 다 되었습니다."


고 팀장, 고 팀장... 지겹다. 최근 쿠팡에 입사한 친구를 통해 입사 제의가 왔다. 분산 시스템 연구실을 모임이 있는데 연구소에 있던 친구들은 왕래가 뜸해지면서 모였다 하면, 각자 회사 이야기한다고 바빴다.


"우리 팀원 중에 성윤이라고 있는데, SNS에 덕수궁 프로젝트를 일부를 올렸더라고 홍보 부서에서 난리가 났었지"

"야, AR 하는 회사가 여기 모인 회사 빼고 없는데 그걸 왜 올려 크큭"

"그러게 그 친구 일 잘해?"

"어 일은 잘해. 스타트업이라서 그런가? 애들이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

"그건 맞아. 울 회사 이번에 병역지정업체 되었거든? 아니, 취업 공고 낸 적도 없는데 토목 공학과 출신이 이력서를 보냈더라고 하하. 잘 못 보낸 것 같아서 전화하니까 사람 필요 없냐고 하더군."

"에효. 정말 애들은 군대 가기 싫어서 별의별 짓을 다 하는구나..."

"대기업은 가기 쉽고, 중소기업은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참, 나 쿠팡 다니잖아. 이번에 팀장 하나 모셔와야 되는데 상우 네가 한번 해 볼래? 연봉은 2배 맞춰줄게."

"밖에서 쿠팡 잘 나간다더니 진짜네?"

"아냐. 몇몇 개발자의 경우만 특수한 거야. 상우 같은 경우 혼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잖아."

"상우 연봉 얼마야?"

"보너스 빼고 1억 2천. 회사 옮기다 보니 보너스는 회사에서 퇴직금 안 주려고 쓰는 수법인 것 같아서 본봉으로만 계약했어."

"에이,... 퇴직금 안 주려는 수법은 아니고.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실적이 안 좋으면 월급 주기도 힘들어. 그래서 그 해에 실적이 좋은 경우 연말에 보너스 주는 방식을 취하는 거야. 삼성도 그렇잖아."

"야, 삼성은 인건비에 10%도 안 써. 삼성뿐이냐? 모든 기업이 그렇지. 어차피 사람이야 갈아 버리면 되니까 시스템만 신경 쓰다가 결국 껍데기만 남고 돈 벌 놈들은 알아서 크게 털고 나가지. 임원 되어서 수백억 땡기고 나이 들어서도 뭐 도전하는 거 봤냐?"

"그건 임원들은 워라벨이 없으니까... 워라벨 지키면 경쟁 뒤쳐지니까. 워라벨 없이 일하고 그냥 나중에는 일 안 하려는 문화가 시작된 거지."

"그러니까 알바 문화가 오히려 나은 것 같다. 알바천국이나 크몽, 위시켓, 이랜서 같은 사이트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지. 이제 트렌드는 각자도생이야."

"뭔 멍멍이 소리야. 그래도 개인주의 없이 진짜 다 같이 잘해보려는 사람 세상에 많아. 어차피 종착역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처럼 사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지."

"난 생각이 달라. 기업 프로젝트는 죽어라 할 필요 없어. 빈틈 하나라도 보이면 기회주의자 정치 들어와서 죽어라 물어뜯어. 차라리 습관처럼 코딩 테스트 공부하고 3D 나 AI 따로 공부하는 게 낫지. 아니면 실컷 고생해 놓고 뒷다마 까이는 퇴물 되는 거야."

"판교, 구로, 서초에서 직장 생활해도 변변한 자기 집 하나 없고, 사장하고 있는 우리 친구들도 계속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한탕주의가 맞을지도 모르지."

"야야... 아직 세상은 밝어. 인스타나 페북에서 한탕한 애들이 자랑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인간의 두뇌 하나로 이렇게 눈부신 문명을 이룩했는데 한탕했다고 두뇌 썩혀 버리고 동물처럼 사는 애들 동경하려고 우리가 이 학교 왔냐. 걔네들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머리 안 쓰고 사는 새끼들은 확실해. 인류 진화론적 관점에서 무 쓸이지."

"어이구야. 내 마 야그 안할라켔는데. 빙시가? 금마들이 대가리는 더 쓰제. 처음으로 왕으로 태어난 애들은 부족함 없으니 사람 좋아하제. 오히려 없이 산 애들이 그게 항상 부러웠으니까 과시하는 거 아니가? 과시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고 또 지네들 나름대로 시나리오 써서 잘 보이려고 하는 거제."

"그렇게 보면 영화에 제작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네. 영화 하려면 그렇게 자랑할 만한 돈의 몇 배를 넣어야 하는데, 뭔가 메세지를 주려고 만드는 영화에 자기 돈 크게 거는 거 보면."

"에거...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대단하게 생각 안 해. 외제차 시장이 왜 안 죽겠냐? 안전도 안전 이겠지만 과시하면 사람이 붙잖아. 우리도 프랑스처럼 그 당시 잘 산 애들 다 단두대로 보냈어야 과시 안 하는 문화가 생기지"

"뭐, 지 돈 벌어서 과시하겠다는 게 그게 뭐 틀린 거니?"

"야... 무슨 플랙스니 스웩이니 하는 느낌이 아니라 사람 깔보는 의도가 다분하니까 그래"

"우리 대부분이 그런 놈들 위해서 일 해주고 있는 거 아냐?"

"일은 누굴 위해서 하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 서로에게 필요한 일들이 있으니까 하는 거지."

"그러면 의사가 가장 중요하네?"

"아니,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지. 인간은 두뇌를 쓰는 동물이니까. 아 물론, 의사 없으면 우린 다 죽었을 테니 의사도 마찬가지네."


동기 12명이 모이니 정말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흠... 내가 하는 일은 과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고민이 되었다. 차라리 빌 게이츠처럼 돈을 많이 벌어서 자유를 얻고 정말 인류에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