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H Apr 12. 2021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6

우선, 전자지갑 막아

"조사는 잘 받고 오셨나요?"

"어우 말도 말아. 진짜...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 줄게."

"참, 참 고 팀장 이번 달 거래소 코인 수익이 얼마지?"

"2000억입니다."

"아니, 그거 말고 코인 차액"

"4조입니다."

"많이도 벌었네."

"뭐, 2개 코인은 자체 발행하기도 했었지만. 거래소 환치기는 옵비트에서 배운 방식이죠."

"그래. 우리 거래소보다 거기가 더 대단하지. 우리도 따지고 보면 벤치마킹... 아니 베낀 거니까."

"그런데 가격 낮아질 때마다 지갑을 막으면 젠서(XSR)처럼 고소당하진 않을까요?"

"아냐, 내가 옵비트 진성 유저 아니냐. 정책만 잘 세우고, 정기 점검이나 시스템 점검한다면 되거든. 유저들이야 온갖 사정사정해 봐도 3일 이상 아예 상대도 안 해주더구먼. 그래도 우린 금융업이 아니라 정보통신업이야. 금융 기관이 아니니까 그런 통제나 처벌도 안 받아. 1등이 아니니 얼마나 좋냐. 정부 로비는 옵비트에서 다 해 주잖아."

"그나저나 거래소 별로 이렇게 가격이 다른데 돈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돈 있는 애들이 장난치는 거지. 뭐?"

"하긴 거래량이나 규모를 보면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맞아. 거래 금액이 크다고 하지만 몇몇 코인만 그래. 거래소는 다르지. 이건희도 삼성전자 주식은 4% 밖에 없었을걸? 개인이 가지기에는 너무 큰 회사니까 순환 출자로 작은 기업으로 큰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야. 순환 출자 막힌지도 오래되었으니 이제 기업명을 바꾸고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분 구조를 정리해서 지배 구조를 늘이지. 그런데 코인은 300억 정도만 있어도 코인 하나 정도는 개인이 그냥 순식간이 가격을 올릴 수가 있어."

"한국 사람들은 그냥 올랐다 하면 몰리는군요."

"응 그렇게 몰리면, 높여 놓은 가격으로 조금씩 개미 털기 하는 거지. 충분한 거래량이 나오면 한꺼번에 팔아서 본인은 떠나버리고 존버 할 개미만 남지."

"그나저나 저희가 프로그램 매매로 거래소 간 매수/매도로 돈 버는 게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국내 암호화폐 발전을 위해 기금 출연을 하면 되고, 기부 단체 하나 만들어서 탈세하면 되지. 뭐, 완전히 나쁜 짓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힘이 있으니 그 힘을 가지고 좋은 곳에 쓰면 되지."


고 팀장 너무 믿는 거 아냐?


"여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 팀장한테 다 말하면 어떡해?"

"어우 괜찮아 괜찮아. 고 팀장은 한 배를 탄 식구야."

"아니, 그래도... 아니 따로 버는 코인이 얼마나 되길래? 이미 회사는 충분히 벌고 있잖아"

"그냥 눈먼 돈이야. 고 팀장이 짜 놓은 프로그램으로 거래소간 자동 매매하고 있어. 그리고 거래소끼리 가격도 맞춰야지 안 그래?"

"어이구... 화상아. 그러다가 감옥 간다"

"감옥은 무슨... 한국 사람 인증된 사람들에게 돈 뿌릴 거야"

"진짜?"

"그럼, 진짜지. 해외 자본 유입시키려고 일부러 가격 높게 책정시킨 거야."

"아니 그러다가 망하면 어쩌려고?"

"우리는 안 망해. 은행이 망하겠지. 외국인들이 코인 못하니까 한국 사람 대리로 코 인하거든. 법으로 막아봤자 소용없어. 해외에서 싸게 해서 코인 한국에 팔고 돈은 원화로 찾아서 나가는 거지. 은행 돈 계속 빠지다 보면 은행은 망하겠지."

"아니 그럼 자기는 타격 없어?"

"난 코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우리 살집이나 차 정도는 원화로 샀으니까. 앞으로 기존 화폐 경제는 무너질 거야."

"코인 들고 있는 게 더 안전하는 건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각종 서비스, 결재 기기나 모두 토큰으로 돌아갈 거고 비트코인 이름 붙은 게 표준이 될 테니까"

"코인 보내는 데에도 수수료가 든다며? 어차피 나중에 은행이랑 같아지는 것 아냐?"

"수수료 싸. 뭐, 비싼 것도 있지만. SK 오케이 캐시백이나 오래전 싸이월드 도토리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것이지 코인이나 토큰처럼 기술이 들어가지는 않았어. 그래서 요즘엔 블록체인으로 포인트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지. 다른 점은 포인트나 상품권은 담보해 줄 서비스가 망하면 같이 망하거든. 코인은 안 그래. 더군다나 전 세계로 송금할 수 있어서 우리 아이 유학 갔을 때 돈 보내거나 세계 여행할 때 더 편해지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믿느냐 그 문제겠네?"

"맞아. 봐봐 부동산 정책 실패해서 사람들 좀 괜찮은 도시에 집 한 채라도 구해보려고 다들 주식하잖아. 그런데 주식은 얼마나 감춰져 있어. 내부자들만 알고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없는데 코인은 기술도 다 오픈하잖아. 잘 살펴보고 골라서 가치 투자하는 사람 많아."

"그건 그렇고 고 팀장은 왜 함께 가려는 건데? 학교도 별로잖아."

"여보, 고 팀장도 우리 나이 때잖아. 우리 때는 컴퓨터가 학교에 있지도 않았어. 지금도 실무와 괴리가 있다고 말하는데 안 그래? 그 친구  하는 거 보면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친구야. 아마 정해진 길 따라갔으면, 하버드도 갈 친구야."


고 팀장은 세상이 정해놓은 길 가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대세 보고 막 달라붙은 사람들과는 쌓은 게 달랐다.  고 팀장이 하는 말은 참 쉽다. 그래서 금방 다른 사람이 따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은 그만큼 많이 안다는 것이다. 그 밑에서 배우는 사람들이 금방 배워, 같은 결론을 낼지는 몰라도 진짜 문제를 만났을 때 뚫고 나가는 사람과 포기하는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고 팀장은 IT 분야에서 만큼은 단 한 번도 안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안된다고 하거나 몰라서 안된다고 하던 사람들도 고 팀장과 일하면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 팀장에게 독립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신기술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일을 맡기고 책임도 넘겨 버린다. 보통은 커리어 잘 포장해서 다른 기업으로 옮기기 일쑤다. 내가 고 팀장에게 수백억을 줬다고 해서 고 팀장이 나와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에서 오랫동안 잘못된 시선을 받아 온 고 팀장은 세상을 바꿔보자는 나의 꿈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고 팀장이 일하는 분야에서 만큼은 사실 와이프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와이프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만, 고 팀장에 대한 나의 신뢰는 미사 어구를 붙여 말하고 싶지 않다. 다음 주 화요일에 고 팀장과 출소하는 윤성재를 만나러 간다. 분명 와이프는 범죄자를 만난다고 반대할 것이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