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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H Apr 15. 2021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7

미래전략실


삼성전자에서 명목상 사라진 부서명을 본 따 만든 이 부서는 백호준도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서이다. 김은누 기자가 가장 취재하고 싶은 부서기도 하다. 이 부서 사람들은 기자 명함을 받으면 돌아서는 자리에서 바로 찢어 버린다. 단, 하나의 홍보 채널을 가지고 있으면 똘똘 뭉쳐있다. 미래전략실이 뚫리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각오로 모두 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부 공무원들이 비트코인을 불법화시키려고 하는 것 때문이다. 고 팀장 말로는 아직 매주 2배씩 늘어나는 사용자를 받을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시스템을 확장시키고 사용자를 늘여야 수많은 개미들이 달려들 것이다. 수많은 개미들이 있어야 세력이 움직였을 때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고, 정부도 감히 건들지 못하는 왕국을 만들 수 있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함께 정민이 가게에 종종 놀러 갈 정도로 친한 박 대리가 입을 열었다. 직급은 대리일 지라도 굵직한 일들을 한 친구다.

"주요 요지는 불법이 안 되도록 막으면 됩니다. 사상 유례없는 돈이 우리 필드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 필드 거래액이 이미 코스닥, 거래소를 넘어섰어요. 외국환거래 및 외국인에 대한 적용 법률을 찾아보면 이 돈은 최대한 국내에서 돌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이 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집 값은 사실 사람의 욕망과 관련된 부분이라 정부 탓만은 아니지만, 집 값 잡기 실패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저희 회사 수익률 상위 10% 중에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인 이유도 사회 초년생들이 자기 집 가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즉, 집 사기 위해서 주식과 코인을 하는 것이다."

"하긴 주변에 물어보면 대부분 그런 이유지."

"저희 회사 들어오는 자금도 세력보다는 대부분 개미들의 돈입니다. 이를 집과 연결시켜 보면 해답은 간단합니다. 펀드를 하나 만들고 저희와 연결되어 있는 C-BANK에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출시하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 수익 실적에 따라 이자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죠."

백호준 대표는 무릎을 탁! 쳤다.

"오! 괜찮은 생각이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상생펀드를 만들어서 기업들 이자 감면을 한 것을 오마주한 것이군"

"네, 맞습니다. 출자된 자금은 법인세 감면 혜택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불법으로 하려고 해도 워낙 일반 국민들에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국민들끼리 제로섬 게임을 하는데 얻는 수수료 수익이 아니꼽겠지만 그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면 충분히 명분이 있습니다."

"음... 그렇군. 상품을 출시할 때 다주택자는 못하게 하면 더욱 확실한 명분이 되겠군."

"네, 맞습니다."

그래, 잠깐만...

"어어어 어! 정민아. 야 우리 오늘 박 대리랑 한 번 놀아보려니까 그 공부 좀 많이 한 친구 꼭 불러줘."

"어우 대표님"

백호준 대표 머릿속에서는 박 대리와 정부 기관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할지 확신이 섰다. 이 일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야 했다. 박 대리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은 평소에 더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온전히 정부 기관 사람들에게 전달되려면 박 대리가 직접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박 대리는 대학원까지 너무 공부만 해서 연애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못했다. 정작 정신을 차려보니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일벌레가 되어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서글펐다. 그러나 백호준 대표와 친한 정민 대표 가게는 늘 가고 싶다. 거기 BT라는 가명을 쓰는 친구가 있는데 말이 잘 통했다. BT의 지적미에 흠뻑 빠진 박 대리가 정민이 가게에서 어버버버 거리면 문제겠지만 아마 BT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잘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속내는 이야기하기 어려워서 나 역시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했다.

"민아 씨 과기부 제2차관 보좌관께 전화드려서 JM 커피숖에서 잠시 보자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JM 커피숖은 정민이가 운영하는 커피숖으로 우리끼리의 은어였다. 그 커피숖은 비밀스러운 뒷문이 있었는데 화장실을 통해 정민이 가게의 본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가게는 호텔을 전전하지만 본진은 고정이었다. 커피숖 마치는 시간이 되면 비상구와 가까운 화장실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화장실은 CCTV를 설치할 수 없는 장소고 비상구 쪽도 그 이유로 CCTV가 닿지 못하게 해 놓았다. 지하주차장 4층에는 분리수거장을 비추는 한 대의 CCTV만 있다. 지하주차장 4층은 빈 공간이라도 만차로 표시한다. 즉, 특별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차량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하 4층에 다수의 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변명을 할 수 있다. 지하에 주차된 차량은 화장실을 통해 가게로 들어가면 하수인들이 손님의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자네,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 거야?

"네, 시뮬레이션 결과 1% 대도 가능합니다.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스테이킹 하는 조건으로도 가능하고 거래소 자체가 수많은 해외 암호화폐를 끌어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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