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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Aug 19. 2023

바로잡아야 할 굽은 마음

2014년 4월 20일 노트

맹자가 말하였다. “지금 약손가락이 굽어서는 펴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것은 아프지도 않으려니와 일을 하는데 방해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나라 초나라 같은 먼 곳이라도 멀다 하지 아니하고 찾아갈 것인데, 손가락이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것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마음이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것은 싫어할 줄 모르는 이가 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맹자 中-


 감명 깊게 읽은 글귀들을 적어놓은 노트가 있다. 노트에 적힌 위 글귀를 이따금씩 보곤 하는데 오래전 편입 공부를 하던 시절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2시 즈음 독서실에서 나왔고 날씨가 추워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집에 다 와 갈 때쯤 반대편에서 한 할아버지가 걸어오고 계셨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가까이 마주하게 될 때쯤 할아버지의 눈을 보게 되었다. 무언갈 찾고 계신 듯했다. 우리 집 대문 쪽 골목을 한번 쳐다보시더니 다시 걸어가려고 하셨는데 난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할아버지, 뭐 찾으세요? “

 할아버지는 박스나 종이를 찾고 계셨다. 그때 난 편입시험이 임박했기 때문에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있었다. 근데 그 순간 왜인지 모르게 할아버지의 눈을 보니 너무도 돕고 싶은 마음이 깊게 들었다. 마음이 시큰했다.

“할아버지, 저희 집에 제가 몇 달간 읽은 신문이 쌓여 있어요. 금방 갖다 드릴게요.”라고 말하곤 집에 있는 신문을 몽땅 꺼내 드렸다.


 지금도 낮이건 밤이건 폐지를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당장 돕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지만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한 번 더 마음이 아프다.


 남을 보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마음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지만 요즘 사회를 보면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 마음이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마음. 진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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