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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02. 2017

이별택시


이별택시





 아주 친절한 기사님이셨다. 앞좌석 발을 놓는 곳에 캐리어를 세우고, 무거운 백팩과 나는 뒷자리 한 칸씩에 타도록 잘 설명해주셨다.  


 “오릉 후문이요.” 

 

 이미 말 해놓고선 나는 부탁할까 말까 망설여졌다. 백미러 속 가로로 긴 선글라스가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이 보여서   


 “죄송한데 거기 잠시만 내렸다가요, 다시 터미널로 가주세요….”  

 

 나를 향해 몸을 반쯤 돌리시길래 언짢으신가, 지레 겁먹은 나는   


 “오릉 후문으로 우선 가주세요!” 



 “오릉 후문~” 기사님은 추임새까지 켜며 출발하셨다.  


 


 택시 유리창 바로에 나타난 돌담은 나지막해서 저 멀리 산조차 못 가린다. 하긴 걸을 때 발뒤꿈치만 들면 돌담 안이 다 보였으니까. 안에서 오릉을 지키며 소나무들은, 자기 몸에 긴긴 경력을 새기느라 울창함이 덜 하다. 그런 와중에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뛰노는 뭔가. 발뒤꿈치를 들고 내가 훔쳐본 건 고라니였다.



 “기사님 여기요! 차 돌리시고 한 10초만 기다려 주세요! 죄송해요.” 


 “여기요? 돌립니데이~”

 

 “네!”

 

 나는 몸만 내려서 오릉 후문 맞은편 신원갤러리로 들어갔다. 문에 달린 종소리가 짤랑. 사장님이 안 보이는데, 갤러리 안쪽 마당에서 무슨 작업 중이신가 보다. 종소리를 들은 사장님이 뛰어나와 나를 발견하고는 표정이나 몸에 서두름이 싹 사라진다. 얼마나 나를 자주 봤으면. 

 

 “왔어요?”


하고는 심지어 사장님은, 하던 작업을 조금 매듭짓고 나오려고 뒷걸음치는데       


 “사장님! 저 오늘 올라가요! 완전히.”


 “아 그래요?”


 그제야 사장님 특유의 너그러운 웃음이 나를 앉혀 나와 몇 마디 나누려고 온다.   


 “사장님 저, 지금 올라가요. 밖에 택시로 터미널 가는 중이고요.”

 

 나는 따라오라는 듯 밖으로 나왔고, 사장님이 나를 따라 나온다. 작은아버지뻘 되시는 사장님께 포옹을 먼저 건넨 나는 택시로 향했다. 서두르는 내 행동을 문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 주신다. 마치 경주처럼—긴 오릉 돌담을 이제 벗어날 무렵 허리 굽은 할머니께서 택시를 잡으려는 손짓 몇 번을 했다. 기사님은 그런 할머니가 안타깝기도 하고 귀여우신지 “할매, 누가 탔니더” 하며 웃으셨다. 길을 대충 되돌아가는 지루함이 앞자리의 창문 조금씩을 연다. 바람은 뒤로 내한테로 다 왔고, 내가 정 떼려는 걸 아는지 바람엔 아무런 냄새가 안 났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나는 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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