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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05. 2017

커피발전소

커피 발전소 





 이 냄새. 분명 바나나 셰이크를 시켰지만 이 냄새가 나서, 두 번째는 이 소리를 듣고 나는 그야말로 테이블을 박차 나가봤다.—가까이 가니 냄새야 당연하고 냄새에 파묻혔던 소리까지 본격적으로 진동을 한다. 다다라서 “다녀왔습니다.” 내가 한 번 해갖곤 어림없다. “다녀왔습니다!” 그러거나 기계에 얼굴을 바싹 붙여 깨 볶는 싸움 중이던 아빠는 “왔나!” 하곤 다시 원래 자세로. 나는 방앗간 안으로 들어간다. 깨 볶는 기계는 방앗간 앞에 나와 있었고, 들어가자 고추 빻는 기계, 참기름 짜는 기계 등등이 나를 무조건 반가워한다. 

 

 “이 집 아들인가 보네.”


 후덕한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볶아지는 깨의 주인이시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하면 고소한 웃음을 쏟아주신다. 웃음을 받아먹은 나는 내 몸 몇 배씩인 기계들을 지나 지나서, 방앗간 안쪽 끝으로 들어간다. 아빠가 쉬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간인데, 티비도 있고 싱크대도 있고. 책가방 끈을 내려놓으니 가방 끈 따라 축축했던 땀들이 고맙다며 시원해한다.—커피콩 볶는 기계와 남자 사장님이셨는데, 나의 스무 살 더 먹기 전 그것들이 한순간에 진동해왔다. 무슨 공손한 말을 붙여도 이 냄새와 소린 못 이길 게 뻔해 나는 여기 아르바이트 안 구하시냐고 물어버렸다. 돌아본 사장님께서는 느슨한 말투로, 안 구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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