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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Oct 25. 2017

미술관에서(용현이에게)


미술관에서(용현이에게)




    

 긴 곳 아득한 반대편 끝자락에 서서 쟤도 나처럼 그림을 보고 있다. 취향이 워낙 다르고 하나에 빠지면 고집불통인 놈이니, 저기 가만히 서있는 그림은 보나마나 내 마음엔 안 드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그림을 더 잘 아는 척 휙휙 넘기지는 않다가 힐끔 본 저 녀석 애초에 나하고의 경쟁 같은 건 없었음. 아직도 처음 서 있던 그림이다. 



 그러니 나도 머물고 싶은 그림에만 머무르면서 가게 됐다. 녀석은 이제 어떨지. 옮기면서 옆으로 슬쩍 녀석을 확인했는데, 머물러서는 내가 있는 이곳을 확인했다. 긴 곳. 녀석은 처음 서있던 그림에 아직 있고, 그런데 녀석과의 거리도 처음 느꼈던 그것과 똑같이 아득히 멀다. 옆으로 한 번 더 옮겨도 똑같고, 한 번 더 옮겨도 똑같이 멀다.  

 


 나는 괜찮은 그림이 있으면 제목을 외면서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가고 있다. 녀석에게 본 것처럼 잘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녀석은 한 개에 빠져있다. 당장은 아득히 멀지만 언제가 용현아 네 그림 앞에서 만나자.










 

용현이는 자신이 하고 싶다던 그 일을 하다가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불과 작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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