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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Oct 29. 2017

홍대 운동장


홍대 운동장





 홍익대학교 정문에 들어 첫 번째 건물로 가다가 객석을 따라 한 칸씩 떨어지는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 무슨 말이냐면, 검투사가 되겠단 자신감이 아니면 운동장에서의 농구 연습은 미뤄두잔 소리다. 수업시간까지 좀 남는 학생이거나 수업을 마치고 터덜터덜 나오는 학생이면 한 번씩 거길 내려다보게 되니.



 그래서 경기가 없는 날이 더 많은 운동장에, 시월 며칠부턴지 밤에 농구 코트 조명마저 안 켜준다. 오늘 밤 운동장은 무조건 경기가 없다. 그런데 운동장의 어둔 기색과 상관없이 지금부터 객석이 하나둘씩 찬다. 홍대 정문 바깥엔 고요함이란 흔치 않으니, 밤공기들끼리의 승패 없는 싸움이라도 보겠다 왔나. 객석은 남녀, 남녀, …여남. 둘 둘씩 띄엄띄엄.


 

 운동장은 보러 와준 게 너무 기쁘다. 빨리 밤공기들로 보여주기 식 싸움을 시키고, 객석 뒤편 즐비한 플라타너스 나무들에겐 승패도 없는 싸움을 응원하게끔 한다. 나무 사이사이 섞여 흐릿한 캠퍼스 전등만이 그걸 비웃는다. 보러 와줬긴, 둘 둘씩은 앉은 자리에서 마주만 보고 있다가 다정해져서 일어날 텐데. 전등이 어느 둘을 지목하는데, 그냥 계속 싸워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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