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 버스정류장
정류장
기역 자(ㄱ) 한 칸 안의 비좁음을 외면하고 각자 자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나는 도착해서 바로 가장 선봉 위치에 가서 섰다. 혹시 하고 뒤를 봤지만, 또 늦게 왔다고 줄을 서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나와 다른 번호를 외길 바라는 그런 것도 없다. 바라다 같은 번호면 실망만 커지니.
오는 차들을 보다가 서울에 살기 시작한 후배한테 갑자기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없어도 그러려니 해야겠다 하는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시작부터 녀석은 활기찼고, 들을수록 나보다 잘 살고 있는 녀석한테 선배로서의 응원은, 문자라도 못 했을 것이다. 물어오기 전에 빨리 내 식대로 내 안부를 전했다. 한쪽이 아무리 활기차도 끊을 때쯤 멋이 없어지는 남자들끼리의 통화. 억지로 끊고 나니 서울 종로에 몇 정거장 전이다 하는 버스 전광판도 안 달렸네….
한 대가 또 온다. 선봉에 섰으니 위한다는 듯 나를 살짝만 지나 멈추는 버스. 누가 안 올라타나 돌아봤다. 기역 자(ㄱ) 칸 안은 낮의 햇볕들만 들어 있고, 버스는 나한테 빨리 안 탈 거냐는 듯 문을 열었다 닫고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