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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Apr 05. 2018





 초저녁을 어떤 식으로 보내야 할지 가닥이 슬 안 잡히기 시작했으니, 봄이다. 봄은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겠단 광고를 수 편째 틀어놓는다. 해가 지려나 창문을 열어봤다가 해가 졌나 창문을 열어봤다가 또 열어본다. 나는 첫 데이트 상대와 앉은 마냥 빨리 광고가 끝나 암전되기만 바란다. 



 그런데 창문 바깥은 또 자지러진다. 4층까지 튀는 소리가 팝콘을 든 소년 소녀 커플. 서로 애교를 던지고 노는 거기에 눈총을 쏴볼까 싶었지만, 창문 바깥은 해가 남아 있는 대학가…. 저놈의 광고를 언제 끝낼지. 겨울은, 극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암전이어서 좋았다. 바로 바뀐 밤에 나는 나 말고도 혼자인 이가 많겠지 넘어갔다. 봄. 다름없이 들어섰는데 극장은 어색하게 불을 끄지 않고 광고가 한창이다. 나는 상대가 없이 혼자 영화를 기다린다. 창문 밖이 드디어 밤으로 가닥이 잡혀가는데 사실 나는 영화가 아니라 누군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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