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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y 05. 2018

무제

무제





 목적지가 있어서 좋아서 버스에 올라탔다가 


 다시 돌아오는 버스 안. 집 앞에 잘 내리는 것도 목적인데 나는 이 버스를 목적도 없이 올라탄 사람 같다. 이어폰 속 슬픈 멜로디가 그다지 슬프지 않다. 바깥의 내가 충분히 슬프기 때문이다. 한 대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올라탄다. 저마다 내릴 곳들을 얘기하는 저들 곁에서, 내릴 곳이 있어도 나는 빈 강의실에 남겨진 혼자가 된다. 



 남아서 질문하고 앉아 있다. 교수님, 저도 집에 돌아가면 되는 것인데 왜 슬픈 걸까요. 얼마 전 출판사에서 드디어 첫 책이 나왔고, 친구, 선배의 칭찬, 남들이 해주는 ‘작가’라는 호칭. 이런 일도 있었어요. 카페에서 발견한 한 작곡가에게 제 책을 줬더니 나갈 때 그가 제게 번호를 알려달라 했어요. 예전만 해도 꿈꾸던 일들이에요. 그런데 혼자 있을 때 가장 즐거운 일인 TV 토크쇼가 어제따라 잘 들리지 않았고, 오늘 이소라의 노래는 슬프게 들리지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요 교수님. 좀 있음 내려야 하는데, 제대로 내리나 집 앞을 지나치나 저는 비슷하게 슬플 거 같아요. 좀만 더 앉아 있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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