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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Apr 29. 2018

졸업??

졸업??





 맞출 때 얼마나 크게 맞췄길래 교복 마이는 큰 김을 다 못 벗었고, 바지는 밑단을 댕강 줄여 놨다. 잘 나가 보이겠다고 교실 맨 뒷줄 창문 여기 앉았지만 불편하다. 더 잘나가는 쟤처럼 장난스럽지도 나는 않고, 앞줄들처럼 얌전하긴 싫다. 불편하다. 특히 마지막 날이라서 그렇다.


 “자, 조용”


 그러니 선생님 들어오고 나서가 낫다. 그러나 부스스한 머리칼과 윤기 없는 훈화는 맨 뒷줄 녀석들한테 파워가 없다. 시작하자마자 녀석들은 화제를 돌려서 떠든다. 거기에 속해주며 나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려 애썼다.

 

 “마지막까지 수고했고…”

 

 흘러가는 마트 방송처럼 흘러갔고, 끝나자, 복도에서 대기하던 가족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엄마와 누나. 우리 누나의 저 당찬 걸음이 뒷줄 녀석들 몇 명 고개 돌아가게 한다. 헤어져도 아쉬운 녀석이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앞줄 몇 명과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분위기가 여길 좀 더 지켜야 누나한테도 떳떳하다.

 

 “야 축하한다.”

 

 저거 학교 교복 차림으로 나타난 누나는, 남중 교실이면서 살피는 것도 없다. 동시에 교실은 떠나는 분위기이다. 저기 학부형한테 붙잡힌 선생님이 곧장 풀려나지 않길 바라다가 일어나는데, 마지막 날까지 이 뒷줄 앉고 싶어 한 나는 내가 뭔데 싶다. 선생님과는 서먹한 인사라도 나눴으니 다행이다.  

 



 아빠가 지키고 있는 방앗간을 셋이서 들어갔다. 나는 꽃다발을 들었고, 축하라고 받았지만 정확히 무얼 받았는지는 몰랐다.

 

 “서이 가서 돼지갈비나 사 먹고 온나. 어서.”

 

 엄마는 “당신도 같이 가자.” 하니까 아빠는 방앗간을 비우기 싫어 미리 해결했단다. 방앗간 안쪽 여기 방 안엔 밥솥이랑 다 있긴 했다. 아빠는 방앗간을 지키고 우리 셋이 돼지갈빗집에 왔다. 판 위에 돼지갈비가 올려졌다. 누나는 자기가 더 신났고 나는 얼떨떨한데, 돼지갈비 한 판으론 도저히 이 감정들이 안 뒤집힌다. 






*저거:‘저희’의 사투리

**서이:‘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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