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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Aug 19. 2018

택시

택시 





 해결한 끼니 숫자가 1을 잘 넘지 않는, 아니면 해놓고도 기억을 못 하는 무더위의 나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오는데 빈속이 0을 외친다. 주변 음식점 간판들이 눈으로 긁힌다. 그렇지만 이따가 저녁 끼니를 겸하는 회식이 있다. 참고 회식에서 많이 먹자. 눈은 간판에 그대로 내주면서 빈속을 택시에 태운다. 


 “어서 오세요.”


 “거기… 연트럴파크로 가주세요.”


 눈 떼자마자 타는 바람에 날라리로 설명해버렸다.


 “어디요?”


 “거기… 홍대 3번 출구 앞에 젊은 사람들 노는 잔디밭 있죠?”


 “아~ 경의선 철길!”



 홍대 중심부로 들어가자 차도 사람도 막혔다. 


 “형, 어디여?”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거신 기사님.


 “저녁 안 먹었으면 여기 저번에 국숫집 근처인디 와서 같이 먹자고.”


 기사님들끼리의 국숫집이라면… 나는 통화가 끝난 뒤 물어볼 심사까지 품었다.


 “효창공원? 그럼 내가 그리로 갈게. 형이 살 거지?”


 다행히 “응”이 돌아오고 끝났다. 나는 국숫집 물어볼 건 까먹고


 “식사하러 가시나 봐요?”


 “아, 같이 택시 하는 형이랑 저어 효창공원 쪽에. 근데 이게 첫 끼여요.”


 일곱 시 반이니까 신기할 일인데 나도 그와 똑같은 바람에 이유를 안 묻고 있었다.


 “일 마치고 새벽 네 시 이럴 때 들어가잖아유. 뭐 먹기 늦었고, 자고 일어나면 먹어야지 해도 그때는 또 밥이 들어가나? 그러고 일하다 보면 해 떨어지고 이때쯤 되는 거지유.”


 본인 스스로의 까닭을 막히는 차 안에서 풀어놓으셨다. 들으니 혼자 사시는 듯했다. 벗겨진 뒤통수 너머로 새벽 네 시에 들어가서 그래도 한번 열어보셨을 냉장고 안이 보였다. 나는 목적지가 다 와간다는 걸 숨겨놓고 긴 대화할 것처럼 말을 했다.


 “사실은 저도 한 끼도 못 먹었거든요.”


 “아, 식사하시러 가는구나.”


 “아저씨! 저기 흰색 간판 앞에 세워주세요!”


 아저씨는 그대로 실실 웃으며 차를 세우셨다. 서로가 빈속을 달랜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저씨께서도 똑같이 “많이 잡숴요!” 회식이 있거나 1로 축내고 말 하루였는데, 나는 빈속한테도 덜 미안하게 됐다며 내리고 나서 택시 문까지 곱게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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