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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ul 12. 2018

가난

가난





 “형, 이번 주말에 뭐 해요?”


 읽고 바로 알았지만 


 “알아서 뭐 하게?”


 내가 말장난도 좀 하는 형이라 다행이었다. 대답을 피하기 위해 그런 나를 써먹자 순한 동생은 당장 털어놓는다. 치과 정기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 올라간다고. 이번에도 KTX 사십 프로 할인되는 걸 골라 탄다는데, 만나서 밥도 안 사주면 그게 서울 산다는 형인가. 하지만 주말에 알바를 가야 한다고 보냈다. 친해서 내가 평일에만 간다는 걸 아는 동생한테, 이번 주말은 주말 알바에게 부탁을 받았다고 속였다. 


 와이파이가 되므로 카톡은 읽지만 집에서 난 핸드폰이 끊긴 상태다. 경고 문자를 내리 받고도 안 냈다가 오늘 아침에 끊겼다. 겁내지 않는 건 처음이 아니라서다. 아는데 당장 두 달치 다는 못 내더라도 한 달치를 내면 풀어주긴 풀어줄 거다. 돈이 있어 내가 사 먹는 줄 아는 엄마는 사 먹지 말라고 반찬들을 보냈단다. 열두 시에서 두 시 사이에 보통 택배가 도착하는데, 아침과 점심을 굶고 현관문에 택배 스티로폼 긁히는 소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 보고 내려가면 좋은데….”


 이번에도 엄마 반찬이 많이 올 것이다. 대구에서 서울 오는 동생에게 불러서 그런 반찬을 먹이는 건 좀 아니겠지.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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