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상록수
언젠가 내가 틀었던 기억으로, 플레이스트 가장 최근 곡부터 내린다. 아주 최근이었는데 내리면서 하나씩은 벌써 시들어있다. 내버려 두고 그 위로 더 화려한 더 화려한 꽃을 꽂았으니, 깔려 있던 꽃들이 지나가고 지나가다가—나왔다! 상록수. 새벽길, 가을 편지도 같이.
어느덧 시들기를 경쟁하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다시 꺼낸 상록수는 보란 듯 시들지 않았다. 나는 오늘 글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리고 이런 날만 김민기의 노래를 찾는다. 돌보는 이가 나였나 싶을 정도로 플레이리스트 맨 밑에서 꺼냈는데, 상록수는 자긴 처음부터 화려하지 않았다, 하면서 나를 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