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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04. 2019

장마2

장마2


만지면 폭신하지 않을 옆 건물 외벽을 향해 창문 열고 손을 내민다. 낌새는 차렸지만 거리상 두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빗물의 양이 적어 이토록 확인하는 셈이다. 비 오네–. 나는 어젯밤 자발적으로 세워둔 계획들을 한순간 머릿속에서 지우고 누울 듯 다시 침대에 주저앉는다. 이 방 안 가득 그래봤자 예닐곱 평 가득 드러난 오늘은 이제부터 옆으로 흘러갈 것이다. 옆으로. 옆으로. 새까만 지하철 유리창 밖, 다름 아닌 옆으로 흘러가는 내 얼굴을 내가 지켜본다. 꽤 멀리 가는 듯 흐린 기색이지만 바로 오늘 내가 방 안에서 보내게 될 얼굴이다. 옆으로. 옆으로. 그러다가 내일이 지척의 정류장처럼 억지 아닌 밝은 기색으로 나타나면, 나는 오늘이 까맣게 짧았다면서, 그곳에 내릴 것이다.







지척(咫尺): 아주 가까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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