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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an 10. 2020

빨래

빨래





 베란다가 없는 방구석 빨래건조대의 팔을 벌려놓다가 며칠째 기지개를 켜지 않은 내 몸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며칠을 모았다가 돌렸다. 꺼내려는데 드럼세탁기 안에 똬리를 튼 빨래들이 마치 입고 살았던 며칠과 닮아 보였다. 서로 물고 늘어지려는 힘만 세 자고 깨기만 반복해야 했던 생활 말이다. 



 세탁기에서 내가 손댄 만큼씩 꺼내긴 불가능했다. 똬리를 틀면서 계속 딸려나오는 빨래들을 바닥에 자빠뜨리고 힘을 축 뺐다. 결국 똬리의 한 곳을 찢었다. 툭 털면 나타나는 빨래 낱장, 낱장을 건조대에 널었다. 건조대에 널린 빨래의 모습들이 그러나 매일매일 색다른 삶을 산 사람 같았다. 마지막으로 널었을 땐 며칠을 산 것과 상관없이 오늘을 잘 살면 되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우선 기지개부터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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