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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y 03. 2021

출석이 불리면 대답하는 목소리들이 여전히 떨리는 기운이 있다. 그야말로 전부 새내기들인 강의실에서 또 참석하지 않은 목소리.


“김은지. … 김은지는 또 안 왔나?”


한 타임이 끝나고 쉬는 시간, 누군가가 교수님을 향해 튀어나간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서 교수님께 지각 처리를 부탁하는 저 애, 바로 김은지다. 오늘도 튀는 옷차림을 하고 수업 중간에서야 나타났다. 대학생이면 지각도 결석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저 애를 통해 처음 배웠다. 가끔 저런 식으로 나타나서 학교에 제 옷차림만 자랑을 하고 사라지는데, 저 애와 친하게 될 줄이야 전혀 몰랐다.  



“같이 클럽 갈래?”


평범한 새내기 복장인 나한테 와서 같이 클럽을 가잖다. 자기 친구들하고 노는 데에 나를 데려가고 싶다나. 춤 까짓것 못 춰도 상관없으니 주민등록증 있나만 확인하란다. 나는 겁이 났지만, 김은지 손을 붙들고 클럽이 있는 해운대로 가보기로 했다. 


“저기 내 친구들 보이나?”


그럼 당연히 보인다. 클럽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은지의 친구들은 내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면바지에 니트를 입고 있는 나하고 인사를 나눈다. 틀린 그림 찾기 속 틀린 그림처럼 나는 나만 조용히 숨죽이게 됐다. 


김은지가 가르쳐준 대로 입구에서 주민등록증을 빼내 보여주고,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런데 계단을 밟는 발 속도가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킹의 고함 같은 전자음악 소리가 계단을 밟을수록 더 크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은 놀라지도 않고 계단을 내려간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김은지!” 하고 불렀는데, 바로 앞에서도 돌아보지 못할 만큼 클럽이란 그런 장소였다. 


내가 엉거주춤 뒤에 서 있자 김은지는 날 잡아당겨서 저희처럼 춤을 추잖다. 그러기가 도저히 안 돼 일단 술을 사러간다 하고 빠져나왔다. 병맥주를 사서 들자, 나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공통점이 한 가지 생긴 것 같아 안심이 좀 됐다. 공통점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술을 시켰다. 그리고 언제였을까 김은지한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못 추지만 그냥 따라 춰가며 나는 이런 데에서 놀 줄도 아는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또 클럽에서 놀다가 첫 차를 타고 기숙사로 들어오면, 일찍 깨는 룸메이트 형이 따라서 깬다. 


“이런 옷도 입나?”


불편한 심기를 그런 식으로 드러냈을 지도 모른다.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나는 내 옷차림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다시 한 번 인정해본다. 내 친구가 된 김은지의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옷차림은 물론이거니와 머리는 파마를 하고, 염색을 하고, 귀도 뚫어 놨다. 형이 이런 내가 불편하든 지금 나는 대충 씻고 침대에 빨리 눕고 싶다. 성인이 되는 방법들 중 한 가지를 터득한 마냥 나는 오늘 오전 수업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면서도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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