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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y 07. 2021

베스트셀러

방 안에는 내 몫이라며 해가 들어있는데, 나는 오늘도 낮과 밤을 바꾸었다. 한밤중인 나를 핸드폰 벨이 깨운다. 끄기 위해 집어든 핸드폰 화면 속 난데없는 중학교 동창 이름이다.


“여보세요. 응? … 진짜가?”


내용을 들은 나는, 와중에 가장 빨리 씻고 나갈 방법을 고민했다. 머리감기만 포기하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의 바깥으로 나왔다. 버스를 올라타면 두어 정거장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야, 근데 진짜 내 책 맞더나?”


두어 정거장이면 도착할 건데 기어이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다.


“알았다. 다 와간다.”


홍대에서 출발해 합정역에 내린 나는 근처의 교보문고로 들어갔다. 오랜만인 중학교 동창이 날 반기고, 사실 그것보다도 빨리 내 책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보고 싶다.


“이야, 축하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눈으로 보고 믿기도 전인데 녀석이 벌써 날 추켜세운다. 그리고 따라간 에세이 코너에 정말로 내 책이 베스트셀러 칸에 놓여 있다.


‘그 시절 나는 강물이었다’


매번 독립출판만 하다가 출판사가 내 준 내 첫 번째 책. 그러나 출판사 이름도 작고, 내 이름은 더 작아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베스트셀러라니. 본인도 샀다라는 친구의 자랑은 안 듣고 나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서 내 책만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니까 이해도, 믿음도 갔다.  책을 더해 꾸며진 베스트셀러 칸은 전국 단위의 계산이 아니고, 그러니까 오직 교보문고 합정점 만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다 쳐도 여기 연못 같은 서점 안에 표지가 비단잉어처럼 화려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무채색으로 표지를   책이  안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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