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준 Oct 22. 2021

공무원 준비

가서 군 면제 판정을 받아왔는데 아버지는 날더러 “빨리 시작해서 공무원이나 돼라.” 무슨 안 좋은 등수라도 보여준 것처럼. 아버지가 듣고 기분 나빠해야 된다. “싫은데요. 누구 좋으라고요. 제일 싫어하는 게 공무원이에요.” 그러나 하고나서 나도 ‘내 등수가 나아질 수는 없잖나.’ 속으로 그랬다. 나는 아프니까……. 2학년을 마친 시점에 휴학계를 내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왔다. 되든 안 되든 공부를 해보라는 게 지시였다.



오전마다 도서관으로 밟는 자전거 페달이 더디게 돌길 바랐다. 딴 데로 샐 수도 있겠는데, 딴 데 갈 만한 데라도 아님 친구라도 있어야 말이지. 다들 군대에 들어가고 나만 남았다. 그러니 오늘도 내가 몸 고생이 제일 덜 한 셈이다. 속이 상해, 시험을 한 번 만에 붙고 공무원 될 거란 상상을 가져본다. ‘동사무소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있겠다고? 내가 정말 가능할까?’ 



도서관을 나올 때 산으로 해가 내린다. 그러나 내일 또 오르기 위해 해내는 것일 뿐, 항상 저 높이인 산이 오히려 더 행복하다. 퇴근길에도 막히지 않는 경주의 차 한 대, 한 대를 따라 페달을 밟고, 집 대문에 들어서서는 인사도 안 한다. 그런데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주잖아, 또 맛있게 들어간다. 나는 자존심이 퍽 상해 ‘빨리 시험에 떨어지고, 복학해서 듣고 싶은 수업 맘대로 신청해버려야지.’ 각오를 삼킨다.











작가의 이전글 <괜찮타, 그쟈>(20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