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제주살이 중에
사장님이 장을 본 식재료들과 함께 조그마한 브라우니 케이크를 꺼내놓으셨다.
“생일인 거 왜 말 안 했어? 이 바보야.”
“네?……”
“서운해 학준씨. 나도 오늘 알았어.”
같이 일하는 남자 둘이 동시에 서운함을 토해낸다. 나는 내 생일을 별로 안 챙긴다는 말 말곤 딱히 할 말이 안 떠올랐다. 사장님의 짝꿍이면서 근처 카페를 지키고 있는 누나만이 생일인 걸 미리 알아차리곤 장을 보는 중이던 사장님한테 케이크를 전달했단다. 점심 영업만 하는 우리 식당의 홀은 낮이지만 전부 소등한 상태이고 심지어 커튼마저 내려간 상태였다. 나를 위해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랠 불러주는 일은 자연스레 이 두 남자의 몫이 됐다.
“생일 축하합니다.”
처음엔 어색하게 출발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조금 명랑해졌다.
“사랑하는 학준이,”
“학준씨,”
“생일 축하합니다!”
두 남자가 마치 소녀인 것 마냥 나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케이크의 초를 불긴 불었다.
“소원 빌었어? 뭐해? 소원 빌어야지!”
기도하는 폼으로 소원마저 빌고 말았다. 친구들이 있는 서울에서도 나는 제 생일을 잘 안 챙기는 아이였다. 제주살이 중에 맞이한 2023년도 오늘도 나만 입 꾹 다물면 알아서 지나가겠지 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의 두 남자로부터 생일인 걸 왜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고 소원을 빌고 나서도 계속 혼나는 중인데, 그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은 건 무엇일까. 이제 가운데에 놓인 브라우니 케이크를 자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