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제주살이 중에
오전 출근길에 빙글 돌아 귤밭의 테두리를 지난다. 오직 돌멩이로만 쌓아 올려 누구나가 넘나들 것처럼 생긴 귤밭의 돌담은 저래 봬도 오직 귤밭의 주인만이 통과할 수 있다. 일제히 혓바닥을 내민 채 여름을 만끽하는 중인 잎사귀들과, 잎사귀들 못지않게 무수히 달려 있는 청귤들, 돌담을 지어 놓은 돌멩이들까지 모두 다가 동그라미와 닮아 있네 혼자서 생각하면서 지나간다.
그런데 걸을수록 자세히 눈에 보이는 건 다름이 아닌 전깃줄이다. 수많은 동그라미들의 공중을 가로지르며 새들이 가끔 앉아서 쉬어가는, 이 섬 안에 곡선들만 들어 있는 게 아쉬웠던 누군가가 손 글씨로 그려 놓은 듯 삐뚤빼뚤한 직선. 도시에서 봐오던 건물들과 얼기설기 뒤엉킨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오전 일찍부터 일하러 가는 길이 맞나 싶을 만큼 한가로운 분위기이다. 내가 봐도 내 모습이 마치 유행을 좇아 잠깐 제주살이를 하러 온, 여행객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