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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21. 2015

고백

겨울

 




 이런 순간에 꺼내려고 반지를 준비해 두진 않았다. 들어있는 손이 애꿎은 주머니 안감만 꾹 움켜잡았다. 겨울 코트 주머니 속 넓은 공간이 왜 이렇게 더운 걸까. 차라리 손을 밖으로 빼 버릴까. 너무 가까워 안 돼.  


 “근데 왜 자꾸 너는 나를 만나줘?”

 

 또 똑같이 물어왔다.

 

 “어?”

 

 우린 가까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나는 가뜩이나 맞춰가던 보폭을 더 줄였다. 그리고 살짝 뒤에서 안 들키게 네 옆얼굴을 살폈다. 분명히 ‘우린 친구니까.’란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이 아니었다. 네가 듣고 싶은 대답을 해 줄때 나는 좋았는데,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혹시. 


 “왜 만나긴 서울에 친구도 없고…… 하니까.”


 대답하면서 나는 내 스스로가 엄청 쪽팔렸다. 빨리 너를 택시를 태워 보내고, 서울숲을 다시 걸어오면서, 쪽팔리는 와중에 나는 네 걱정이 됐다. 자기도 서울숲을 구경해보고 싶다길래 데려왔지만, 밤 열두시에 내게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옆얼굴은 또 왜 힘든 표정이었을까. 기대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란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다음날, 홍대에서 둘 다 일을 마치고, 따뜻한 와인 한 잔씩을 시켜놓고 모든 걸 털어놓았을 때, 너는 웃는 듯 웃는 듯 


 “지금 이걸 글로 써줬으면 좋겠어.”    

 

 그때 나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원래 내 글을 좋아하던 친구였다. 그래도 글로 써 달라는 말은 보통 말이 아니지 않은가. 너는 게다가 와인 잔이 마치 찻잔처럼 예쁘다고 했다. 따뜻한 와인 한 잔씩을 더 시켰다. 사실은 대학교 때 자전거 타고 내 앞을 지나던 네 모습에 반했었다고, 그뿐만 아니라 내가 그때 그랬던 이유도 있잖아 사실은, 하면서 나는 신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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