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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24. 2015

핫도그


 



 오늘도 1호선 막차를 타고 “금천구청”역에 내린다. 타는 사람은 없고 내리는 사람은, 그래도 오늘은 나 말고도 몇 명. 하늘이 검어진 덕분에 역 간판이 흐릿하게나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나 뿐인 출구를 몇 사람과 같이 빠져나오는데, 파란 불빛이 저기서 또 날 놀래킨다. 프랜차이즈 빵집 간판. 




 진열대 군데군데 놓인 빵들이 이 시간까지 날 기다려 주었다. 고마워서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아무래도 고르고 싶은 빵이 이 중에는 없고 나는 자연스럽게 밖을 내다보았다. 어두운 바깥에 포장마차 전등이 아직 켜져 있다. 그런데 아저씨가 그 안에 있질 않고 모퉁이에 나와 있다. 거기 서서 이제 금방 담배에 불을 피웠는데, 아저씨는 계속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핀다. 속 편히 피는 한 모금이 없다. 그렇다고 앞치마를 풀지도 못한다. 나는 유리문 안에서 아저씨의 담배가 숨 꺼지기 만을 기다렸다.   




 내가 가자 포장마차 안에서 아저씨는 아주 들뜬 목소리였다. 나는 지갑 속에 지폐가 별로 없다는 걸 기억하고 핫도그 하나를 주문했다. 아저씨는 도리어 기분 좋게 핫도그를 갈색 기름 속에 빠뜨렸다. 기름 냄새가 진탕 올라온다. 몇 초 뒤, 불룩해진 핫도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보다 아저씨의 손을 한 번 본다. 살갗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죽고 기름때가 까맣게 내려앉아 손이 무덤이 됐다. 그 손으로부터 핫도그를 공손히 건네받았다. 나는 티 내면서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겉은 뜨겁고 기름진데, 속 안은 차갑다. 

 간판도 불빛도 몇 개 없는 금천구청 역에 밤공기들이 얼얼하다. 이곳마저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하면서 날 위해 핫도그 한 개를 더 튀기는, 그 속은 과연 어떨까. 짐작조차 못하는 난 그 자리에 서서 또 한 입 핫도그만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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