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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29. 2015

젊은 부부

 




 간밤에 이웃들끼리 또 주차 대결을 벌였나 보다. 골목이 만차인 주차장이 됐다. 왼쪽, 오른쪽 완벽한 대열 사이로 차주도 아닌 내가 눈치를 보면서 들어간다. 생김새가 다 다른 승용차들이 새벽 첫 전철을 타고 온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골목에 다행히 두 사람이 더 있다. 어떤 차주시길래 이 시간부터 움직이나 싶었다. 젊은 남녀는 가까이 다가올수록 부부가 맞았고, 나와 엇갈려 지나갈 땐 둘이 아니라 셋이라는 걸 알았다. 마치 한 몸처럼, 남자의 어깨 위에 딸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차들이 길을 좁혀놓아서 아이의 얼굴이 나를 바투 지나쳐간다. 

 나는 잘 모르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서 아이는 잠들어 있다. 아이의 얼굴은 옮겨 적을 때마다 손이 이렇게 창피하다. 내가 적는 시는 동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예쁘다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아이를 동시라 한다면, 아이 아빠는 스스로 기꺼이 액자가 돼 주겠다는 다짐을 마친 듯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 아빠의 어깨라고 아이는 자면서도 말했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보고 싶었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부부의 걸음은 성큼성큼, 걸음이 무거운 나를 따돌리는 듯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좋았다.



 한 블록 멀다 하고 있는 교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문 밖으로 불빛과 온기가 새어 나온다. 부부도 아이를 데리고 새벽 기도를 드렸을까……. 딸을 위한 아빠, 엄마의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 




 동네 안 새벽 공기가 초연하다. 한 겨울 새벽 같은 일곱시. 동이 트는 게 미뤄지는 동안, 하늘이 먼저 다 밝아져서 해를 기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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