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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Sep 30. 2015

늙어진 나룻배

 




 늙어진 나룻배, 힘이 다른 두 이가 노를 한쪽씩 맡아 저으니 배가 한 쪽으로만 자꾸 기운다. 노인의 모습이 그러했다. 내 앞을 걷는, 사실은 아까부터 내가 뒤따라 걷고 있는 노인은 한 쪽다리가 불편한 대신 떨어뜨린 어깨, 그 반대쪽 팔을 연신 휘저었다. 도로변에 듬성듬성 있는 사람들이 노인을 비껴 지나간다. 그냥 지나가도 부딪칠 일은 없어 보이는데 사람들은 괜히 더 떨어져 노인을 앞지른다. 그렇게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하고 보니 노인과 나, 둘만이 텅 빈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출발탄이 울렸음에도 노인은 조바심 하나 없이 계단 꼭대기로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이날따라 출근시간이 헐렁했던 나는, 조바심은 났지만, 노인을 앞지르기가 왠지 싫었다. 

 계단을 오르는 일이 평온할리 없는 노인이다. 오르다가 갑자기 자기 무릎을 툭툭 치기도 하고, 넓은 계단을 다 사용하듯 몸을 비틀기도 했으나, 결코 쉬어 가지는 않았다. 덕분에 나는 평소 걸음보다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됐다. 계단이 끝나고 나도 바쁜 일 있는 마냥 그를 지나치려는데, 아내로 보이는 한 사람이 이곳에서 오래 기다렸다는 듯 노인을 반긴다. 노인은 아내에게 해주는 짧은 인사도 없이 아내와 같이 그를 기다리던 상자를 무겁게 짊어진다. 그리고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그의 한 쪽 다리는 똑같이 불편했고, 한 쪽 팔은 짊어진 상자 때문에 휘젓는 것마저도 못했으나, 노인의 뒷모습은 더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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